경제·금융

[기고] 투신업계의 투자자 계도 책임

대우채 편입펀드 환매와 관련해 걱정해온 금융대란설은 기우로 끝났다. 그러나 투신사는 여전히 채권시가평가제 실시에 따라 저축기관에서 투자관리 서비스회사로의 변신을 위한 진통기에 서 있다.그간의 공사채형펀드는 투자실적을 배당하는 엄밀한 의미의 「펀드」이기보다는 일종의 파생상품으로 보아야 한다. 투자자에게 수익을 제시하고 펀드 형태를 빌어 약속한 수익률을 만들어주는 구조여서 투자자는 이를 저축상품으로 인식해 왔다. 반면 관련 법규나 감독기관의 규제는 투자상품으로서의 펀드개념에 기초하고 있어 현실과 상당한 괴리가 있어왔던 게 사실이다. 이는 채권의 시가평가 미실시와 채권의 낮은 유동성이라는 구조적인 요인에 기인한 것이었다. 아무튼 이런 장부가평가방식의 공사채형펀드는 원금의 안정과 확정적 수익률을 원하는 고객의 니즈(NEEDS)에 딱 맞는 상품이어서 어렵지 않게 판매됐다. 하지만 금리변동에 따른 채권가격변동 위험을 투신사가 떠안게 되는 구조, 엄밀히 말해서는 신탁재산이 부담하는 구조여서 정책당국자 및 업계의 우려가 계속돼왔던 것 역시 숨길 수 없다. 따라서 채권시가평가제로의 전환은 당연하다. 문제는 공사채형펀드를 저축상품시하는 투자자의 인식을 어떻게 변화시키느냐인데 이는 투신사의 큰 과제라 할 수 있다. 대우 채권처리에서 채권가치에도 불구하고 개인 고객 및 일반 법인에 대한 일정률 지급을 판매사와 운용사가 책임지도록 한 것은 저축상품적 접근이었다. 이에 비해 각 펀드별 대우채권 편입비율에 따른 손실부담과 금융기관 등에 대한 처리방침은 투자상품적 접근이어서, 공사채형 펀드에 대한 일반투자자의 인식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궁금하다. 주식형펀드 역시 고객의 요구에 지나치게 영합하는 면이 없지 않았다. 단기 투자성향의 고객 욕구에 맞추어 만들어진 스폿펀드는 영어로 표시된 것이지만 외국 금융전문가도 모르는 우리만의 특수한 한국적 상품이다. 한국적인 것이 나쁘다는 의미는 아니며 국제적 기준과 주식투자의 본질에서 생각해 보자는 말이다. 운용회사에 따라 주식형펀드수가 1,300개를 넘는 등 펀드가 지나치게 많은 것도 자못 한국적이다. 그러나 펀드수가 많은 만큼 상품구성이 다양해 투자자의 선택 폭이 넓은 것이 아니다. 고객이 원한다고 해서 동일한 내용의 펀드를 추가형임에도 시기별로 계속 새로 만들어냄으로써 기간 상품화한 결과인데 이로 인한 관리상의 비용 증가 및 비효율성도 문제지만 펀드의 단명화 및 소액화로 운용회사의 역사이자 재산이라 할 수 있는 장기 운용실적자료(TRACK RECORD)가 없다는 점이 더 큰 문제인 것이다. 주식형펀드의 종류도 일견 다양한 것처럼 보이나 자세히 보면 주식투자비율이 유일한 상품특성 분류기준이어서 10%, 30%, 50%, 90% 등으로 세분화해 이를 안정형 성장형 등으로 구분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펀드들은 주식과 채권에 투자한다는 점에서 모두 밸런스 펀드(BALANCE FUND)이다. 그런데 고객은 주식시장에 적극적으로 대처해 주식투자비율을 적절히 조정해주기 바란다. 또 펀드매니저는 그렇게 하려고 노력한다는 점에서 좀 더 정확히 보면 모든 펀드가 자산배분형 펀드라고 봐야 할 것이다. 미국의 경우 주식형 뮤추얼펀드의 자산규모가 지난 98년말 기준으로 3조달러가 되지만 자산배분형펀드는 400억달러에 불과해 우리와 큰 대조를 보이고 있다. 더구나 주식과 채권에 동시에 투자하는 펀드는 주식형으로 분류하지 않고 복합상품으로 분류하며 그 전체 규모 역시 3,500억달러에 그치고 있다. 그런 점에서 보면 우리의 주식형펀드 자산규모는 부풀려져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양국간의 큰 대조현상은 투자자의 투자스타일과 투자관리회사들의 서비스 내용과 질의 차이에서 발생한다고 생각한다. 미국 투자자라고 해서 주식 채권 등에 분산투자 하지 않겠는가. 다만 하나의 펀드로 투자 니즈를 해결하기 보다 금융 플래너와 판매회사의 투자조언서비스 프로그램을 활용해 여러개의 펀드에 투자한다는 것이다. 이제 우리 투신업계도 국제적 기준과 관행에 눈을 돌려야 한다. 우리의 현상을 당연시하거나 고객이 변하지 않으니까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치부할 것이 아니라 합당한 고객 교육이 필요한 시점이다. 상품의 개념도 펀드로 국한시킬 것이 아니고 투자관리 서비스로 확대시켜야 한다. 앞으로는 고객에 대한 교육역량이 투신업계의 주요 성공요인 중 하나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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