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자동차 천만대시대의 명암(사설)

우리나라도 오늘(15일)로서 자동차 1천만대 시대를 맞는다. 나라별로는 15번째, 3가구당 2대를 보유한 꼴이다. 지난 1903년 구한말 고종황제가 캐딜락 한 대를 들여온 이래 94년만의 일이며 55년 첫 국산자동차인 시발 자동차가 생산된지 42년만이다. 한국의 자동차 생산능력은 연간 3백50만대(96년 기준). 세계 제5위의 자동차 생산대국으로 발돋움했다.우리나라의 자동차 보급은 가히 폭발적이다. 69년 10만대였던 것이 85년 1백만대, 88년 2백만대로 늘어났다가 90년대부터는 해마다 1백만대씩 급증했다. 오는 2002년이면 1천5백만대, 2009년에는 2천만대를 넘어서리라는 전망이다. 자동차는 현대기술의 집합체다. 자동차 산업은 또 모든 산업을 선도한다. 전후 일본과 독일이 패전의 상흔을 씻고 수출대국으로 부상할 수 있었던 것도 그 밑바탕은 자동차 산업이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자동차 산업은 수출의 견인차다. 경부고속도로를 비롯, 사통팔달의 고속도로망이 전국을 1일 생활권으로 연결시켜 준 것도 자동차 산업의 발전 덕분이다. 자동차 산업은 이처럼 우리경제의 성장과 그 궤를 함께해 온 으뜸가는 「역군」이다. 그러나 급속한 양적 팽창이 낳은 부작용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우선 공급과잉에 따른 재고 누적이다. 내수부진에 수출도 잘 안돼 조업단축에 들어간 회사도 있으며 집단 휴가도 계획하고 있다. 내년 삼성에서 새로이 자동차가 생산돼 나올 쯤이면 자동차업계의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자동차만 있고 문화는 없는 폐해도 심각하다. 무질서·혼잡·매연·주차난 등은 실로 끔찍할 정도다. 지난해 우라나라의 자동차사고 사망자수는 1만2천6백명, 부상자는 30만명에 달한다. 자동차 1만대당 사망자수를 보면 12.2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29개국중 1위다. 이는 미국의 5.5배, 일본의 9.2배에 달한다. 교통혼잡에 따른 통행시간과 차량운행비 등 교통혼잡비도 엄청난 규모다. 지난해만 국민총생산(GNP)의 3.6%인 14조7백억원이 길거리에 뿌려졌다. 교통혼잡비용은 매년 2조원씩 증가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전체 배기가스의 60%가 자동차에서 배출됐다는 연구결과도 나와있다. 세계 은행은 지난해 서울을 멕시코시티, 북경, 카이로와 더불어 대기오염이 가장 심각한 도시로 꼽았을 정도다. 마침 자동차 1천만대 시대를 맞아 정부에서는 각종 대책을 내놓았다. 내무부에서는 자전거타기 국책사업을, 환경부에서는 자동차공해와의 전면전을 선언했다. 건설교통부는 자동차 운행억제를 골자로 하는 교통정책 대전환을 발표했다. 문명의 이기가 어느틈엔지 국민생활의 공적 제1호가 된 셈이다. 자동차문제는 정부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국민 모두가 참여해야 한다. 자동차가 더 이상 애물단지가 되기전에 자동차 문화 정착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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