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이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깨진 창문 틈으로 들어오는 매서운 바람과 숨쉴 수 없는 악취에 발을 들여놓기도 싫었던 공중화장실. 지금은 지방자치단체마다 향기를 뿌리고 색깔을 입히는 작업이 한창이다.
이에 발맞춰 화장실 문화 개선을 위한 시민 운동도 진일보했다. 최근에는 ‘남자 화장실은 남성이, 여자 화장실은 여성이 청소하자’는 운동이 눈길을 끄는 한편 오는 11월에는 세계 화장실 문화 개선을 위한 국제기구가 서울에서 탄생한다.
◇향기로운 공중화장실=1월 초 서울 영등포구에서 마지막으로 남아 있던 재래식 화장실이 쾌적한 수세식 화장실로 새 단장을 했다. 좁은 공간이지만 향기와 함께 클래식 음악이 흐르고 따듯한 난방시설과 온수가 공급된다. 화장실 입구에는 장애인들을 위한 가드레일 및 점자 블록도 설치했다.
지난해 2억5,000만원으로 대대적인 화장실 개선 작업을 벌였던 영등포구는 올해도 8억8,400만원을 들여 화장실 첨단화에 앞장선다. 영등포구의 한 관계자는 “앞에서 커피도 마시고 인터넷도 할 수 있는 테마가 있는 문화공간으로 공중화장실을 조성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양한 화장실 문화 운동=적잖은 한국 남자들이 화장실에서 ‘청소하는 아줌마’와 마주쳐 얼굴을 붉힌 기억이 있다. 최근 화장실문화시민연대가 ‘화장실 사용시 관리인 성별로 인한 문제점과 대안 모색’이란 주제로 공개 토론회를 열어 화제다. 토론 결과는 ‘남자 화장실은 남성이, 여성 화장실은 여성이 청소해야 한다’는 방향으로 모아졌다.
하지만 지자체의 예산으로 모든 화장실에 남녀 관리인을 각각 두기는 어렵다는 지적에 따라 ▦일정 규모 이상의 공중화장실에는 남녀 관리인을 각각 두고 ▦이성 관리인이 출입할 경우 ‘청소 중’이라는 팻말을 붙이는 방안이 나왔다. 행정자치부도 이를 적극 검토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화장실 선진국으로 발돋움=올해 11월에는 보건ㆍ환경 관련 국제기구 대표들과 세계 70여개국 관료, NGO 대표 등이 참가하는 세계화장실협회(WTA) 창립총회가 서울 COEX에서 개최된다. 사단법인 한국화장실협회가 정부 지원을 받아 개최하는 이 총회에서는 전세계 화장실 문화 개선과 후진국 화장실 지원 방안 등 다양한 논의가 진행된다.
또 부대행사로 ‘세계 화장실 엑스포’가 열려 첨단 화장실 기술을 교류하는 행사가 펼쳐진다. 협회 관계자는 “한국의 화장실 개선 사례가 이미 여러 나라에서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며 “위생적인 화장실을 만들어가는 데 한국이 앞장서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