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2007년을 빛낼 CEO] 노정익 현대상선 사장


“항상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노정익 현대상선 사장의 좌우명이다. 노 사장은 지난 2002년 9월 그룹 주력 계열사들의 분리 과정에서 심각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던 회사를 난파의 위기에서 구하라는 임무를 띠고 취임했다. 당시 대북송금 의혹과 경영권 분쟁, 주식시장에서 관리종목 지정 등 현대상선은 잇따른 시련으로 존망조차 위협받았다. 노 사장 취임 4년을 넘긴 현재 현대상선은 1조원이 넘던 단기 부채를 1원도 남기지 않고 모두 갚았다. 2002년 18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던 현대상선은 노 사장 취임 2년만인 2004년 창립 이래 사상 최고치인 5,548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2006년 3ㆍ4분기 현재 부채비율은 191.89%에 불과하며 한때 1,000원대까지 떨어졌던 주가는 2만원선을 웃돌고 있다. 미래를 기약하기 힘들었던 현대상선이 건실한 재무구조를 지닌 초우량 기업으로 거듭난 데는 노 사장의 지도력이 상당한 역할을 했다. 특히 지난 4년간 미래를 대비한 과감한 투자로 중장기적인 경쟁력을 한층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해운업의 특성상 반복되는 호황과 불황의 파고를 넘기 위해 주력 부문인 컨테이너 사업 이외 유조선 사업 같은 유망 분야에 적극 진출했다. 현대상선은 컨테이너선사업 부문과 비컨테이너선사업 부문의 비중을 6대 4로 조정, 특정 분야의 시황에 구애 받지 않고 안정적으로 수익을 확보할 수 있는 사업 포트폴리오를 갖추게 됐다. 한편 지난 몇 년간의 해운 호황기에 현대상선은 불황기에 대비,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저비용 효율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였다. 특히 정보기술(IT) 사업부문에 대한 과감한 투자를 통해 영업ㆍ운항ㆍ관리 등 전사업부문에 선진화된 IT시스템을 도입했다. 노 사장은 또 선박투자에도 적극 나서 경영압박이 한창이던 2003년 10월 6,800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발주하는 과감한 면모를 보였다. 현대상선은 상대적으로 선가가 낮은 시점에 컨테이너선, 유조선 등을 잇따라 발주, 2010년까지 20여척의 컨테이너 선박을 추가로 인수받게 돼 중장기적으로 시장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회사의 화려한 경영성과는 가라 앉은 직원들의 사기를 끌어올리고 주주와 고객을 향해 먼저 손을 내민 노 사장의 용기와 실천 덕이기도 하다. 그는 취임 후 가장 먼저 임직원들의 힘을 하나로 모으고 서로의 벽을 허물기 위해 ‘호프 데이’를 열었다. 각 부서를 돌아다니며 임직원들을 직접 만나 격의 없는 대화와 토론을 통해 사기를 북돋고 분위기를 전환시켰다. 노정익 현대상선 사장은 경영실적을 발표하거나 중요 사안이 발생할 때마다 이를 상세하게 설명하는 편지를 홈페이지에 띄우고 있다. 또 국내외를 넘나들며 전세계 투자자를 대상으로 IR을 실시하고 고객 및 협력사들을 직접 방문하며 회사의 경영상태를 설명하고 협조를 당부하기도 했다. 입사 이후 주로 경영기획실과 구조조정본부를 근무한 노 사장은 ‘실천하는 전략가’의 모범을 보이고 있다. 그는 지난 2003년 8월 영업조직을 둘러보러 떠난 출장길에서 5,500TEU급 컨테이너선 ‘현대하이니스’호에 직접 승선했다. 회사 창립 이후 운항중인 선박에 승선해 해상직원과 숙식을 함께 한 대표이사는 그가 처음이었다. 노 사장은 태풍으로 파도가 높아 선박이 흔들리는 와중에도 작업복을 입고 브리지(선박 조정실)에서부터 기관실까지 샅샅이 살피는 한편 수출입 화물이 양하역되는 과정을 지켜보며 해운산업의 현장을 몸으로 체험했다. 또 해상직원들과 대화를 통해 고충을 듣기도 하고 저녁에는 선원들과 어울려 막걸리 잔을 기울이기도 했다. 노 사장은 “해운분야의 특수성을 이해하기 위해 열 일을 제쳐놓고 배부터 타봐야 되겠다고 판단하고 실행에 옮겼다”며 “선박 안에서 파도를 헤치고 전속 항해하는 현대상선의 미래를 보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지금도 고객이나 투자자를 위해서는 지구 반대편까지 달려가기를 주저하지 않고 있다. ● CEO 메시지
"전문성 갖춰 글로벌 리더로"
2007년 정해(丁亥)년 '글로벌 리더(Global Leader)'를 향해 세계로 뻗어가는 현대상선호의 힘찬 항해가 이제 막 시작됐습니다. 우리가 지향하는 세계 해운업계의 글로벌 리더는 단순히 가장 많은 선박을 운영하는 회사를 의미하지 않습니다. 매출액이 경쟁사보다 많아진다고 목표를 달성하는 것도 아닙니다. 선박을 운항하는 일, 화물을 유치하는 일, 고객의 불편을 해소하는 일 등 현대상선 임직원 모두가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의 전문성과 경쟁력을 확보 할 때 그리고 회사의 조직과 시스템이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할 때 진정한 글로벌 리더임을 자부할 수 있을 것입니다. 현대상선 임직원 여러분, 올 한해도 우리를 둘러싼 경영환경은 그리 호의적이지만은 않을 것입니다. 컨테이너선 사업부문에서 공급과잉 현상으로 인한 시황 둔화는 피할 수 없습니다. 올 한해 초대형 최첨단 컨테이너선을 효율적으로 투입하여 주요 항로를 새롭게 정비하는 등 컨테이너선 사업의 경쟁력을 한층 강화할 것입니다. 벌크선 사업부문에서는 최근 시황 변동 주기가 빨라지고 예측하기 어려운 수많은 변수들이 시황에 영향을 끼치는 만큼 급변하는 환경에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는 순발력을 키우는데 중점을 두고자 합니다. 유조선 사업은 올해도 세계무대에서 영업력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경주할 것이며, LNG수송 사업은 그동안 쌓아온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3국간 LNG수송 프로젝트에 적극 참여할 것입니다. 지난해 가능성을 보여준 케미컬, LPG 수송사업에 이어 올해도 새로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사업을 적극 검토하겠습니다. 손자병법은 어떠한 경우에도 승리할 수 있는 불패의 전법에 대해 이렇게 설명합니다. '적이 이길 수 없게 만드는 것은 나에게 달려있고, 아군이 이길 수 있는 것은 적에 달려 있다. 적이 나를 이기지 못하게 단련하는 것이 바로 불패의 방법'이라고 했습니다. 치열한 글로벌 무한경쟁의 한 가운데에 있는 지금, 현대상선이 나아가야 할 방향도 이와 다르지 않습니다. 다행히 우리는 지난 호황기부터 먼 미래를 위해 과감히 투자하면서도 '저비용 고효율 시스템'을 갖추기 위한 내부 시스템 합리화에 투자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이것이 어느 정도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음을 확인하고 있습니다. 우리 회사는 지금 매우 중요한 시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다가올 1~2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향후 현대상선이 그저 그런 해운기업으로 남을 것인지, 한 단계 높아진 위상을 발판으로 비약적인 발전을 이룩할 수 있을 지가 결정될 것입니다. 저마다 새로운 희망을 품고 새해를 맞이하신 국내외 임직원 여러분, 특히 지금 이 시간에도 오대양 육대주에서 굵은 땀방울을 흘리고 계실 직원 여러분 모두 현대상선과 함께 각자가 계획하고 꿈꾸시는 일들을 성취하는 한해가 되길 기원합니다. 노정익 사장의 경영 메시지 ▦주요 항로 정비 경쟁력 강화 ▦내부 시스템 합리화 적극 투자 ▦신규 수익 사업 적극 진출 ● CEO가 권하는 한권의 책 '지도로 보는 세계사'
"지도 활용한 '발상의 전환'"
90년대말쯤 세계지도를 거꾸로 세워 놓은 적이 있습니다. 이렇게 놓고 보면 세계가 무척 달라 보입니다. 육지가 중심이 아니라 바다가 중심입니다. 단순한 발상의 전환을 통해 지도가 달리 보이고, 거기에 함축된 의미마저 다르게 전달되는 게 흥미롭습니다. 최근 국내에서 번역 출간된 프랑스의 저명한 역사학자 조르주 뒤비의 '지도로 보는 세계사'는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인류 역사를 지도를 통해 일목요연하고, 쉽고, 재미있게 보여주는 책입니다. 방대하고 복잡한 세계사를 서술하는 수단으로 지도를 활용한 발상의 전환이 기발하거니와 내용도 풍부하고 알찹니다. B4 사이즈의 큰 크기에 373쪽에 이르는 분량의 책은 인류의 탄생부터 2000년 유럽연합의 탄생까지 인간의 역사를 무려 520컷에 달하는 지도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20세기 최고의 중세사 연구자 뒤비의 지휘 아래 100여명에 가까운 각 분야 전문가가 참여해 완성한 책으로 몇 차례 개정작업을 거쳐 최근 우리나라에도 번역됐습니다. 전세계를 무대로 영업을 하는 글로벌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로 업무차 해외를 방문할 기회가 많아 평소 각국의 역사와 문화에 관심을 가지고 관련된 책을 찾아 읽는 편입니다. 그동안 궁금했던 질문의 해답을 한꺼번에 찾은 것 같은 마음으로 이 책을 단숨에 읽었습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