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자들은 지난달 1일부터 26일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6,224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도했다. 이에 대해 시장 전문가들은 그 동안 종합주가지수가 단기급등함에 따라 외국인들이 차익실현을 하는 것으로 해석하고 앞으로 장이 더 좋아지더라도 외국인의 적극적인 매수를 기대하기는 힘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내수주 사고 수출주 팔고=지난달 외국인들은 내수주를 선호한 반면 기술주와 수출주는 내다 판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들은 국민은행, 신한지주, 하나은행, 현대증권, 한국금융지주, LG카드 등 금융주들을 중점적으로 사들였다. 또 SK와 S-Oil이 외국인 순매수 1위와 3위에 올랐다. 이는 허리케인 ‘카트리나’와 ‘리타’가 미국 남부의 정유시설을 강타하면서 반사이익이 기대되는 국내 정유주에 관심이 쏠렸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외국인들은 현대차, LG필립스LCD, 삼성전기, 하이닉스 등 기술주와 수출주는 대거 순매도했다. 임태섭 골드만삭스 리서치헤드는 “지금 외국인들의 관심은 내수주에 있다”며 “은행ㆍ증권ㆍ건설주 등 내수업종은 내년 상반기까지 실적이 좋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추가 상승 여력이 있다”고 밝혔다. 임 리서치헤드는 그러나 “그 외의 종목들은 그 동안 강한 상승세를 보였던 점을 감안하면 선택의 폭이 제한돼 있다”고 말했다. 특히 기술주와 수출주에 대해서는 “IT와 LCD의 내년 상반기 실적 전망이 낙관적이지 않기 때문에 외국인들의 관심이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임 리서치헤드는 앞으로 외국인들의 매수세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했다. 김영익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도 “한국 금융업은 지난해 3분기부터 양호한 실적을 보이고 있다”며 “은행도 구조조정을 거쳐 수익구조가 단단해져 외국인의 관심대상이 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외국인 매도 이어지나 증시 영향은 중립적=전문가들은 10월에도 외국인들의 투자패턴이 중립적이거나 매도세가 약간 우세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 리서치센터장은 “외국인들의 매매패턴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부터 중립이거나 소폭 매도세를 보이고 있다”며 “이는 주가 상승으로 인한 차익실현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하지만 외국인들의 이 같은 매도세는 본격적인 ‘셀 코리아’라기 보다는 그 동안 지수 상승에 따른 포트폴리오 재구성의 일환인 만큼 한국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한국 시장 전망을 좋게 보고 새로 들어오는 외국인들이 많은 점도 우리 증시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손정한 부국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외국인들이 차익실현에 나서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공격적인 매수는 힘들 것”이라고 전제하고 “다만 이달 중순까지 기업들의 실적 발표가 이어지는 만큼 실적 개선이 예상되는 개별 종목 중심으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성주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과거엔 외국인 매도가 장이 안 좋다는 신호였으나 지금은 국내 수급이 좋아 외국인 매도와 시장 흐름이 일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달 외국인 매도세는 6,000억원 이상이었으나 종합주가지수는 9.04%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편 일부에서는 한국관련 펀드가 20주 연속 순유입 추세를 이어가고 있고 북핵문제가 안정화 단계로 접어들면서 외국인 투자자의 순매수세가 확대될 것이란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