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지금의 경제상황, 위기가 아니라면

중소기업은 물론 대기업의 체감경기마저 하락세로 반전된 가운데 내수경기를 떠받쳐온 건설경기도 급속히 냉각되면서 부도율이 상승하는 등 경기침체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전국의 600대 대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6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92.1로 나타나 지난 1월 이후 5개월 만에 처음으로 100아래로 떨어졌다. 그 동안 높은 수출증가에 힘입어 호조를 보여온 대기업의 체감경기가 이처럼 한풀 꺾이게 된 것은 중국의 긴축조치, 고유가 및 원자재 가격 상승, 미국의 금리인상 조짐 등 해외악재로 인한 불안감을 반영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극심한 내수부진 속에서도 그나마 경기를 지탱해온 수출전망마저 어두워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앞으로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낮추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내수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건설 경기도 크게 위축되고 있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올들어 4월까지 건설수주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주택부문 수주액의 경우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지난 1월 -24.4%, 2월 -53.2%, 3월 -18.2%, 4월 -20.9% 등으로 매월 큰 폭의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전반적인 경기침체의 심화는 부도율의 증가에서도 확인된다. 지난 5월 중 부도업체 수는 373개로 증가세로 반전된 가운데 중소기업의 은행 연체율도 증가세를 보이고 있어 내수침체의 장기화에 따라 중소기업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실정이다. 신용불량자문제와 가계부채 등으로 단기간에 내수가 회복 될 가능성이 희박한데다 중국 쇼크ㆍ고유가 등 외부악재로 경기전망이 더욱 불투명해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답답한 것은 경제난이 이처럼 가중되고 있는데도 정책당국의 경제에 대한 인식이 현실과 동떨어진 낙관론을 펴고 있다는 점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7일 17대 국회개원 축하연설에서도 경제위기설을 부인하면서 예의 ‘위기 과장론’을 다시 제기했다. 물론 거시지표를 살펴볼 때 현재의 경제상황을 외환위기 전과 같은 ‘위기’로 보기는 어렵다. 그렇다고 하반기부터 내수와 투자가 살아나고 우리경제가 건실한 성장궤도에 들어설 것이란 전망도 근거가 희박하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의 경제난은 경기순환적인 측면보다는 신용불량자문제와 기업의 투자부진 등 구조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한가지 분명히 기억할 것은 1997년 외환위기 때도 정부는 직전까지 위기를 부인했다는 사실이다. 당면한 경제난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책당국이 경제에 대한 선입견이나 막연한 낙관론을 버리고 경제현실을 객관적이고 정확하게 진단하는 자세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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