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라이프

[토요 Watch] '혼자 사는 기분 아니까~' 함께 먹고 함께 떠나요

■ 나홀로족, 공존의 길 찾다

'밥 친구'끼리 모여 식사… 동호회서 취미생활 공유

솔로 영화관·1인 고깃집 등 독신 겨냥한 마케팅도 활발

1인 가구 드라마 '식샤를 합시다'의 먹방 장면.

셰어하우스 '우주'에선 자신의 취향이나 개성에 맞춰 다양한 테마의 집을 선택할 수 있다.

티몬에서 진행했던 '짝' 여행에서 싱글족들이 커플 매칭을 하고 있다.

메가박스 솔로 영화관 개관 기념 포스터.

아프리카TV 먹방 장면.

1인 가구가 늘어나는 것은 활발한 사회생활을 통해 경제적으로 안정돼 있고 개인의 삶을 중시하면서 결혼을 늦게 하거나 결혼 자체를 하지 않는 '자발적 독신자'가 늘기 때문이다. 또 이혼하는 부부(돌싱)가 증가하고 평균 수명이 늘어나면서 65세 이상 독거노인이 많아진 것도 1인 가구 증가세를 뒷받침한다. 이런 가운데 나홀로족 사이에서 정서적 외로움을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잇따르면서 공존을 위한 연대가 가시화되고 있다. 비슷한 처지의 싱글족을 모아 밥을 같이 먹거나 주거 공간을 나눠 쓰며 함께 여행을 가는 등 사회적 연대감을 높이는 시도가 이뤄지는 것이다. 노명우 아주대 교수는 "권리의 주체로서 독립성과 자율성을 확보한 개인들이 연대를 통해 공존을 모색함으로써 1인 가구가 안고 있는 현실적인 제약을 넘어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높은 경제력에도 불행한 나홀로족=1인 가구가 주목 받는 이유 중 하나는 상대적으로 높은 경제력에 있다. 산업연구원은 1인 가구의 소비 지출이 지난 2010년 60조원에서 2020년 2배로 커질 것으로 예상했으며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는 연소득 4,000만원이 넘는 1인 가구가 약 13만 가구로 경제활동을 하는 1인 가구의 8.2%를 차지한다고 분석했다. 이들을 겨냥해 소형 가전, 소포장 제품 등 다양한 아이디어 상품이 쏟아진 데 이어 최근에는 1인용 고깃집, 1인용 노래방이 인기를 끌면서 '나홀로족'이 소비의 주체이자 문화의 주체로 인식되고 있다. 하지만 경제력이 높다고 해서 1인 가구가 행복한 것은 아니다. 서울시가 발표한 '2012 서울 서베이 도시 정책 지표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1인 가구의 행복도는 다인 가구에 비해 낮다. 1인 가구의 행복 인식 점수는 64.5점으로 3인 이상 가구의 68.6점에 비해 낮았다. 누군가 함께 있다는 사실, 그 한 가지가 주는 정서적 위로가 행복 지수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반증이다.


◇혼자 밥 먹기 싫다. 그래서 모여 먹는다=지방 출신인 대학생 김미경(24)씨는 신림동에서 자취하고 있다. 대학 입학 후 4년 동안 혼자 살아온 터라 자취 생활이 익숙하지만 아직 극복하기 힘든 것이 혼자 끼니를 해결하는 것이다. 김씨는 "같이 밥 먹을 사람이 없을 때는 대인 관계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닌지 스스로 의구심을 가질 때가 종종 있다면서 "특히 식당에서는 혼자 밥 먹는 게 신경 쓰여 편의점에서 즉석 음식으로 끼니를 때우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처럼 나홀로족에게 생존의 가장 기본적인 수단인 먹는 행위가 부담스러운 생활이 될 때가 적지 않다.

이런 가운데 최근 먹는 방송(먹방)이 뜨면서 나홀로족의 외로움을 달래는 수단으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먹방은 온라인 방송 아프리카TV가 시초다. 지난 2009년 한 BJ(Broadcasting Jockey·방송진행자)가 배달 음식을 시켜먹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에서부터 '먹방'이 시작된 것. 대화하면서 함께 밥을 먹을 수 있는 인터넷 방송 '아프리카 TV'의 '먹방'은 수많은 마니아를 만들며 화제를 모았다. 아프리카TV에 따르면 먹방 누적 시청자 수는 15만명, 누적 방송 개설 수는 1,500여 개에 이른다. 최근에는 케이블 방송 tvN이 1인 가구 드라마를 콘셉트로 내건 '식샤를 합시다'를 방영하고 있는데 이 역시 먹방이 상당 비중을 차지한다. 싱글족 이수경이 배고프고 외로운 일상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으로 활력을 얻는 장면이 나홀로족 사이에서 깊은 공감대를 형성한 것이다.


최근에는 밥을 함께 먹는 모임을 꾸리는 나홀로족도 잇따르고 있다. 고시생이나 학생 등 1인 가구가 많은 학교 커뮤니티에는 '밥터디(밥을 함께 먹는 스터디)'를 모으는 글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웹에이전시업체에서 일하는 문윤승(34)씨는 지난해 11월부터 '일요집밥(Lazing on A Sunday Afternoon)'이라는 커뮤니티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집 근처에 사는 또래 친구를 사귀고 함께 식사를 할 겸 해서 시작된 모임은 벌써 햇수로 1년을 채우며 문씨에게 새로운 관계를 선물해준다. 지금까지 일요집밥을 통해 100명이 넘는 사람을 만났고 지속적인 모임을 갖는 사람도 50명에 이른다. 문씨는 "혼자 산다고 하면 다들 외롭다고 생각하는데 나홀로족 스스로 관계를 만들어가는 노력만 기울이면 정서적으로 풍요롭게 지낼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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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타인과 함께 밥 먹는 자리를 제공하는 비즈니스까지 등장했다. 국내 최초의 소셜다이닝 플랫폼인 집밥(http://zipbob.net/)은 지역별, 주제별, 예산별로 밥 먹는 모임에 참가할 수 있고 모임을 직접 기획할 수도 있어 인기를 끌고 있다. 오픈 이후 1,800여 개의 모임이 만들어졌을 정도로 성황을 이루고 있다. 1인 라면집, 1인 고깃집 등 혼자 할 수 있는 공간이 많이 생겨나고 있지만 굳이 '밥 친구'를 찾는 이유는 '함께 밥을 먹는다'는 행위를 통해 심리적으로 위로 받고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나홀로족, 공존의 영역을 넓힌다=최근에는 미혼 남녀뿐만 아니라 기러기 아빠, 싱글맘, 싱글대디 등 나홀로족의 연령대가 넓어지면서 다양한 방식으로 싱글 라이프를 즐기는 모습을 목격할 수 있다. 이들은 온라인 커뮤니티나 각종 동호회에서 관심사가 비슷한 사람을 만나 취미 생활을 공유하거나 함께 여행을 떠난다. 네이버카페 '혼살모(혼자 살고 있는 사람들의 모임)' 회원들은 정기적으로 함께 스키를 타거나 지역별로 번개 모임을 갖는다. 다음카페인 '나홀로 테마 여행'이나 '싱글해외여행동호회'처럼 1인 여행객을 위한 모임도 활발하다. 이런 가운데 소셜 커머스 업체인 티몬이 선보인 '짝' 상품은 출시 1년 만에 누적 고객 1만명을 돌파하면서 인기를 모았다. 20~30대 싱글 남녀를 대상으로 국내 및 해외에서의 여행을 주선하는 상품으로 지난 7월에는 '짝' 해외 여행에서 만난 남녀가 결혼에 골인하는 경사도 있었다.

이런 가운데 이전에는 커플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연말연시 공연 문화에 솔로를 위한 이벤트도 다양하게 선보이고 있다. 혼자 문화생활을 즐기는 나홀로족이 늘어나면서 아예 솔로를 겨냥해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치는 것. 가수 성시경은 사연 공모를 통해 솔로 관객에게 VIP티켓 1매를 제공하는 이벤트를, 포맨은 홀로 예매한 고객 중 예매 인증샷을 보내면 추첨을 통해 선물을 증정하는 이벤트를 마련했다. 멀티플렉스 영화관 메가박스는 혼자서 영화 보는 나 홀로 관객을 위해 아예 싱글석을 도입했다. 메가박스 코엑스점 6~11관의 5열은 한 열 전체가 싱글석이다. 메가박스는 24일 코엑스점에 '솔로관'을 개관하고 무료 영화와 스낵, 그리고 커플 매칭의 기회를 제공해 높은 호응을 얻었다.

1인 가구가 늘면서 이웃과의 소통을 중시하는 새로운 주거 형태가 각광 받고 있다. 개인의 사생활은 보호하되 더불어 살 수 있는 공존의 주거 형태가 주목 받는 것. 최근에는 오피스텔이나 원룸 대신 라이프 스타일에 맞게 디자인된 셰어하우스에서 함께 모여 사는 나홀로족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셰어하우스란 개인 공간과 공동생활 공간을 분리해 여러 사람이 함께 사용하는 주택 형태로 1인 가구가 많은 미국·유럽 등에서 확산되고 있다. 올 2월 셰어하우스 1호점을 연 '우주(http://woozoo.kr/)'는 현재 서울에 8개 지점이 있으며 2016년까지 100호점을 연다는 포부다. 취향·장소에 맞춰 다양한 테마의 집을 선택할 수 있다. '요리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집'에는 아일랜드 식탁 및 주방 완비, '창의적 삶(Creative Life)을 위한 집'에서는 디자이너 홍성보와 함께 공용공간을 꾸밀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등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에 맞게 선택할 수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셰어하우스는 자신의 공간을 남들과 함께 쓰면서 감정을 공유하고 어울리는 삶을 지향한다"며 "공간을 공유함으로써 공존의 문화를 생성하고 사회 구석구석으로 확산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윤유진 인턴기자


정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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