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더블 클릭] 춤추는 황금


돌반지가 돌아왔다. 금 값이 속절없이 떨어지면서 순금 돌반지 판매량이 지난해보다 3배가량 늘어났다. 한때 27만원 선까지 치솟았던 1돈(3.75g)짜리 순금 돌반지 값이 연초 22만원, 최근 15만원 선까지 떨어진 덕분이다. 2~3년 전 아이 돌잔치 때 받은 돌반지를 지금이라도 팔아야 할지 고민하는 부모도 많다고 한다. 가격이 고점이던 2년 전 손님이 확 줄자 궁여지책으로 기술표준원과 손잡고 1g짜리 금반지를 6만원대에 내놓았던 귀금속업계는 요즘 모처럼 활기가 넘친다.


△2011년 정부는 소비자물가지수 산정 품목에서 금반지·전자사전 등을 제외시켰다. 소비가 줄었다는 이유였지만 금 값이 그해 8월 온스당 1,878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찍을 정도로 가파른 상승세를 타던 시절이라 물가를 마사지하기 위한 꼼수라는 비난에도 아랑곳없었다. 가중치를 낮추는 방법도 있었지만 '석유 값이 묘하다'며 알뜰주유소 정책을 밀어붙인 이명박 정부는 금반지를 빼 물가지수를 0.25%포인트가량 낮추는 쪽을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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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6세기 유럽은 미지의 신대륙을 찾아내 금을 가져오기 위해 국력을 쏟아부었다. 콜럼버스의 항해일지에도 금(gold)은 신(god)에 이어 사용빈도가 많은 단어였을 만큼 금에 대한 열망은 대항해의 시대를 열었다. 금을 구하지 못하면 해적질도 마다하지 않았다. 아시아·아프리카는 물론이고 스페인과 포르투갈·네덜란드·프랑스·영국은 서로의 선박을 약탈하려는 경쟁을 펼쳤다. 국가가 해적 면허를 내주는 사략선을 가장 많이 활용한 영국이 최종 경쟁에서 승리했음은 금에 내재된 탐욕을 상징하는 대목이다.

△유럽은 신대륙에서 쏟아져 들어온 금 때문에 물가가 오르는 '16세기 가격혁명'도 겪었다. 2000년대 들어 금 값 급등락은 미국의 영향이 절대적이다. 무역 적자와 국가 부채로 달러화의 위상이 흔들리자 금에 자금이 몰렸다. 2011년에는 사상 최고치로 치솟았다. 하지만 산이 높으면 골도 깊은 법. 양적완화 예고와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약해지면서 금 값은 올 들어 29%나 떨어졌다. 중국·인도도 금 사재기에서 한발 물러났다. 투자의 귀재 짐 로저스는 '금은 매력적인 투자 대상이 아니다'라고 했는데 모를 일이다. 금은 쉽게 늘어나는 광물적 신축성만큼이나 가격 변동성도 크니까. /임웅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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