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ㆍ면ㆍ주류ㆍ과자 등 가공용으로 전량 수입되는 외국 쌀이 내주 초부터 원가(수입과 도정ㆍ보관비) 수준에 처분될 예정이어서 국산 둔갑판매는 더욱 기승을 부릴 것으로 보인다.국산 쌀값하락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국산 둔갑판매가 심화될 경우 농가의 어려움은 가중될 것으로 보이지만 단속 공무원들 조차 현실적으로 역부족이라고 하소연하고 있어 특단의 대책이 요구된다.
이와 관련, 농림부와 소속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이하 농관원)은 최근 공무원과 업자간 유착을 막기 위한 교차단속을 실시하는 한편 내년부터 수입 쌀 부정유통 '고발 포상금제'를 실시키로 했지만 효과는 미지수다.
◇수입쌀 재고급증으로 원가처분
정부는 수입 쌀 재고가 누적되자 가격을 10%나 낮춰 다음주부터 아예 원가에 공급키로 했다. 가공업체들은 가마당(80kg) 국산의 3분의 1도 안 되는 5만40원에 공급 받게 돼 올해 수입 쌀 소비는 지난해 48만석(1석은 144kg)보다 크게 늘어난 80만석에 달할 전망이다.
하지만 올해 수입 쌀 의무도입량이 107만석이나 돼 재고는 현재 132만석에서 159만석으로 늘 것으로 보인다.
◇수입쌀 국산둔갑 기승우려
경영상태가 좋지 않은 수입쌀 가공업체들의 경우 상당한 마진을 붙여 수입 쌀을 양곡 유통상에게 되파는 유혹이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충북지방경찰청은 최근 중국 쌀을 국산으로 빼돌려 유통시킨 가공업체와 양곡상, 단속 공무원 등 9명을 적발했다.
수사결과 S제과 임모대표(34)는 월 수입쌀 소비량 62톤을 188톤이라고 (사)쌀가공협회에 허위신고, 물량을 과다 배정 받아 99년부터 지금까지 85차례(10억원 상당)나 양곡상 강모씨(45) 등에게 팔아 국산과 섞어 유통시켰고, 이 과정에서 농관원 박모 계장(49) 등이 돈을 받고 묵인한 것으로 드러났다.
◇맘먹고 속이면 뾰족한 수 없어
수입쌀 유통은 450여 가공업체가 쌀가공협회에 물량을 신청해 배정 받은 뒤 농관원과 시ㆍ도로부터 관리감독을 받는 식으로 운영된다.
문제는 배정과정에서 시설과 판매능력, 전년실적을 고려하지만 업체의 허위신고와 협회의 자의적 판단이 개입될 우려가 높다.
관리감독도 일부 사법경찰권을 부여 받은 공무원들이 담당업체를 분기 당 한번 이상 들러 쌀 수급대장(배정ㆍ판매ㆍ재고량) 등을 살펴보지만 적발이 쉽지 않고 그나마 유착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실정이다.
적발돼도 처벌수위가 3년 이하 징역이나 부정 유통량을 시가로 환산한 금액의 5배 이하 벌금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당국은 5월4일까지 2주간 한시적으로 단속반을 업체별로 교차투입하고, 내년부터 고발 포상금제를 실시키로 했으나 당장 수입 쌀 부정유통을 막을 방법이 마땅치 않다.
농림부의 한 관계자는 "포상금제는 양곡유통법을 개정해야 돼 내년에나 실시할 수 있다"며 "규제개혁위원회 등의 반발을 예상해 처벌기준 강화는 추진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고광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