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金大中정부 중간점검] 2. 금융개혁

[金大中정부 중간점검] 2. 금융개혁현 정부는 정권출범 후 이룬 최대치적 중 하나로 금융개혁을 꼽는다. 이는 지난 2년반 동안 진행돼온 구조조정의 「거죽」만 놓고 보면 옳은 평가일 수 있다. 100조원이 넘는 공적자금(공공자금 포함)이 투입됐지만 「은행도 망한다」는 신화가 생겼고 환란의 단초가 됐던 종금·리스는 명맥마저 끊기고 있다. 그러나 불행히도 우리의 현 금융시스템은 무늬만 화려한 「겉 화장 구조조정」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 강하다.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해왔던 「직접시장의 활성화」는 채권·기업어음(CP) 시장의 위축 속에서 일그러졌고 은행도 1차 수술을 끝내기 전에 또한번의 생존게임을 앞두고 있다. ◇가위를 꺼내지 않은 수술 관변연구소 연구위원은 현 정부의 금융구조조정 작업에 대해 『수술 후 가위를 꺼내지 않은 채 덮어 재수술을 하는 것과 같은 형국』이라고 설명했다. 다시 생긴 환부가 환자(금융기관)로부터만 파생된 게 아니라 집도의(정부)의 실수로부터 생겨난 부분도 크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은행구조조정이고 제일은행은 그 핵심에 자리하고 있다. 제일은행은 「대마불사」의 신화에 사로잡힌 채 17조원에 이르는 천문학적 세금을 투입한 끝에 살려냈지만 기대했던 선진금융기법은 나타나지 않고 소매금융에만 치중하고 있다. 「땅 짚고 헤엄치기식」 영업에만 주력하고 있는 셈이다. 옛 상업·한일은행이 합쳐져 만들어진 한빛은행은 선진국 수준의 슈퍼은행이 탄생될 것이라는 당초의 기대를 무색하게 만든 채 「부실의 온상」으로 전락, 세찬 구조조정의 중심에 서 있다. 외국계 은행의 한 임원은 『한국에 성공한 합병은행이 있느냐』고 비아냥을 내던졌다. 투신과 종금권도 마찬가지. 한투·대투는 공적자금 낭비라는 비판이 나올 정도로 거듭된 정책착오 속에서 이제서야 정상화의 걸음마를 뗀 상태다. 종금도 환란 초기 영업정지를 당했던 대한·나라종금 등이 시장불안을 가중시키고 세금만 축낸 채 영업정지 1년이 넘어서야 소멸됐다. ◇거죽만 화려한 선진형 직접시장 국민의 정부 첫 경제팀 수장이었던 이규성(李揆成) 전 재경부 장관은 취임 후 「자본시장 활성화」를 기치로 내세웠다. 정부는 이후 무너진 금융시장을 살리기 위해 직접금융시장의 표본인 미국식 금융시스템을 서둘러 들여왔다. 직접시장은 주식과 채권시장을 중심으로 급속하게 외형을 부풀렸다. 그러나 2년반이 지난 지금, 직접시장은 선진형 금융시스템의 겉화장만 잔뜩 한 채 채권과 CP시장의 위축 속에서 일그러진 모습을 보이고 있을 뿐이다. 은행도 구조조정의 터널 속에서 시장을 중개할 힘을 잃었고 정부는 어쩔 수 없이 개입강도를 높여가는 현실이다. 금융기관이 시장의 위험도를 측정하는 능력(가격결정시스템)도 여전히 초등학교 수준을 면치 못하고 있다. ◇2단계 금융개혁, 마지막 기회 정부는 연말까지 금융시스템을 바로잡겠다고 외치고 있다. 조만간 2단계 금융구조조정의 청사진을 내놓고 오는 10월까지 은행과 종금사들의 막바지 구조조정을 밀어붙일 방침이다. 금융지주회사를 통해 세계 100대 은행을 만들고 질적 경쟁력을 끌어올린다는 화려한 목표도 제시하고 있다. 목표는 언제나 그렇듯 훌륭하다. 문제는 시기와 일관성이다. 1차 구조조정이 막바지에 총선이라는 외생변수에 흔들렸던 점은 구조조정에서 「타이밍의 문제」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일깨워준다. 금융연구원 관계자는 『현 정부에 남은 시간은 불과 몇달』이라며 『연내 가시적 성과가 나타나지 않으면 금융기관 신인도 회복은 물론 시장기능의 복원도 요원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김영기기자YGKIM@SED.CO.KR 입력시간 2000/08/21 17:56 ◀ 이전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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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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