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0년 11월 국내 최초의 영구임대아파트인 서울 번동 주공아파트가 지어진 후 지속적으로 임대주택이 공급되고 있지만 비중은 아직 전체 주택 대비 5% 정도에 불과해 평균 10%가 넘는 주요 선진국에 비하면 여전히 적다.
전문가들은 새 정부가 임대주택 공급을 확대하려면 기존 공공 주도의 공급 체계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민간의 참여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민간 자본을 끌어들여 정부나 공공 부문의 부담을 줄이면서 시장의 역할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임대료 차등화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BTLㆍBTO 방식 임대주택 공급 추진=정부도 임대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민간에 문호를 개방하기로 했다. 국토해양부는 지난해 12월 공공임대주택 임대형민자사업(BTLㆍBuild Transfer Lease)을 다시 추진하기로 하고 올해 중 경기도 화성 남양뉴타운에 320가구 규모의 임대주택을 건설한 사업 주체를 선정할 계획이다. 민간 사업자가 30년간 임대주택을 운영하면서 투자금을 회수하고 수익을 낸 후 정부에 상환하는 조건이다.
국토부는 상반기 중으로 시설사업 기본계획을 수립, 고시한 뒤 연내 사업자를 선정할 방침이다. 김효정 국토부 주거복지기획과장은 "민간은 장기 운영을 통해 적정한 수익을 얻을 수 있고 정부는 재정 투입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민간제안투자사업(BTOㆍBuild Transfer Operate) 방식으로 임대주택을 짓겠다는 민간 사업자도 등장했다. 사회적 기업인 '녹색친구들'은 지난해 말 성북구청에 정릉동 1031-2ㆍ3번지 토지 1,527㎡를 30년간 빌려 공공임대주택을 짓겠다고 제안했다. 30년 동안 땅을 빌린 뒤 건축비를 조달해 지은 임대주택을 지방자치단체에 기부채납하고 임대료를 받아 건축비를 갚아나가는 방식이다. 성북구청의 한 관계자는 "기존 도시계획시설 용도를 변경해야 하는 사안이어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대료 현실화ㆍ차등화 통해 수익률 보장 필요=정부가 민간 참여 등 임대주택 공급 주체의 다변화를 추진하고 민간 사업자도 생겨나고 있지만 실제 사업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적정한 수준의 공사비가 제시되지 않거나 만족할 만한 수익률이 보장되지 않을 경우 임대주택사업에 뛰어들 민간 사업자는 많지 않다. 특히 자금조달과 운영을 책임질 금융권과 운영사를 유인할 만한 수익률이 제시돼야 BTLㆍBTO 방식의 임대주택 공급이 가능하다는 지적이다.
이를 위해서는 소득 수준에 따른 임대료 현실화 및 차등화가 불가피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현재 국민임대주택의 경우 36㎡형은 전세 시세 대비 55% 수준의 보증금과 월임대료를 내고 51㎡형은 78% 수준이다. 소득 초과분에 대해 임대료가 할증되지만 실제 적용되는 경우는 드물다. 국토부는 2007년 시흥능곡1지구 등 6개 지구 5,343가구를 대상으로 소득 수준에 따른 임대료 차등화 시범사업을 실시했지만 입주자들의 반발을 의식해 실제 도입을 미루고 있다.
남원석 경기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은 "소득이 높은 사람은 임대료를 현실화해서 민간 단지로 이주하도록 유도하고 저소득층은 임대료를 더 깎아줘야 한다"면서 "소득 4ㆍ5분위를 대상으로 차등화된 임대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면 민간 사업자들도 임대주택시장에 참여할 여지가 충분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