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5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외국인직접투자(FDI) 동향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여타 회원국들이 약진하는 가운데 한국의 후진이 유달리 돋보였다는 점이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FDI 실적이 1회성으로 끝나지 않고 자칫 장기화될 수 있다는 점에 있다. FDI의 큰 흐름이 브릭스(BRICs) 등 개도국으로 방향을 선회하고 있는 가운데 FDI를 끌어들일 만한 장점을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찾기 힘든 상황이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FDI에서 밀리고 있다=OECD가 자체 기준에 의거, FDI 실적을 조사한 결과 30개 회원국들은 2005년도에 6,220억달러의 FDI를 유치, 2004년도(4,910억달러)에 비해 27% 늘었으며 2001년 이후 최대 규모를 기록한 것으로 파악됐다. 국가별로 보면 2004년 15억달러로 23위를 기록했던 캐나다가 지난해에는 338억달러로 6위로 상승했다. 네덜란드도 2004년 27위에서 2005년에는 5위로 한국을 앞질렀다. 한국은 22위로 하락, 사실상 최하위권으로 추락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브릭스 국가 약진, FDI 침체 장기화 우려=FDI 실적 부진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메시지도 나타나고 있다. OCED는 회원국 외에 비회원국인 브릭스 국가들의 실적도 발표했는데 이들이 FDI의 블랙홀로 자리잡고 있어 우리나라의 기회상실이 갈수록 심화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FDI에서 한국은 현재 브릭스 국가들과 경쟁하고 있다. 실제 중국은 2005년도 FDI 유입액이 724억달러로 전년(606억달러)보다 19.5% 늘었다. 인도는 2005년 FDI 실적이 한국보다 많은 66억달러로 집계되고 있으나 은행 신고를 거치지 않고 들어오는 FDI도 상당히 많을 것이라는 게 OECD의 판단이다. 러시아도 2005년 146억달러로 한국(43억달러)보다 3.4배나 많았다. ◇행동에 옮기지 않는 외국인도 증가=OECD의 한국 FDI 통계(도착기준, 투자철수 제외)와 우리의 신고 수치간의 괴리가 커지고 있는 점도 경쟁력이 급속히 떨어지고 있음을 뒷받침해준다. 2004년 FDI 신고금액은 127억9,000만달러로 OECD 통계(92억달러)와 35억9,000만달러 차이가 발생했다. 하지만 2005년에는 신고금액이 115억6,000만달러로 OECD(43억달러)와의 격차가 72억달러로 벌어졌다. 즉 신고를 해놓고 투자(실행)에 옮기지 않는 비율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외국인들이 막상 투자를 결정했다 해도 우리 측의 추가적인 유인 서비스 제공에 뭔가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그래서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신민영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인건비 측면에서 한국은 더이상 외국인 투자대상으로 매력이 없다”며 “우리의 내수시장도 그리 크지 않은 상황에서 한국만의 장점을 찾는 것이 급선무”라고 설명했다. 또 정부의 한 관계자는 “외국기업의 입장에서 보면 우리나라의 경우 준선진국으로 진입, 직접투자보다는 파트너십 등으로 참여하려는 경향이 높아진 것도 직접투자 유치가 저조한 원인으로 꼽힌다”고 설명했지만 우리보다 선진국으로 취급받는 캐나다 등의 실적이 여전히 고공행진을 계속하는 것을 보면 설득력 있는 해명으로 들리지는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