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장기전세주택 들여다보니…60㎡∼84㎡형 서민들에 '인기'

"치솟는 전셋값 걱정없고 집주인 눈치 안보니 편해요"<br>임대보증금, 주변 전세시세의 60∼80%로 저렴<br>2년마다 재계약·하자보수 등은 SH공사서 해줘<br>서울거주 무주택자 택지지구 물량등 청약 가능

서울시가 송파구 장지지구에 공급한 장지 6단지(왼쪽)와 8단지(오른쪽)의 장기전세주택(시프트) 전경. 지난달 청약 접수 결과 평균 15.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사진=서울시


지난 달 송파구 장지지구에 공급된 서울시 장기전세주택(시프트) 전용 84㎡ 일반공급분의 청약경쟁률은 80대 1을 넘었다. 전용 59㎡를 합한 평균 경쟁률도 15대 1로 지난해 시프트 전체의 평균 경쟁률(7대 1)을 두 배 이상 웃돌았다. 강남 송파라는 입지에 역세권 단지임에도 임대료가 인근 전세 시세의 60~80%에 불과하다는 점이 실수요자들에게 강한 매력으로 작용했다. 청약과정에서는 하루 평균 6,000통의 문의가 SH공사 콜 센터에 쇄도했으며, 직접 방문하는 시민들의 발걸음도 줄을 이었다는 후문이다. 서울시의 시프트가 미분양으로 얼어붙은 부동산 시장에서 조용한 ‘반란’을 일으키고 있다. 내릴 줄 모르는 아파트 값과 뉴타운 개발이 초래한 전세 대란은 시프트의 몸값을 더 키웠다. SH공사의 한 관계자는 그러나 “아직도 시프트의 개념을 모르겠다며 문의하는 시민들이 많다”고 말했다. 앞으로 5년 간 시프트는 택지지구 뿐 아니라 역세권, 재건축 단지에 약 6만 가구가 공급돼 새로운 주택문화를 이끌게 된다. 특히 중대형인 전용 84㎡ 초과분도 올해 강일지구에서 처음 선보여 눈길을 끈다. 아직도 시프트의 정체가 ‘알쏭달쏭’한 시민들이라면 이번 주 다트머니를 참고해 볼 일이다. ◇장기전세주택 살아보니=시프트가 하자 있는 아파트는 아닐까. 소득이 오르면 쫓겨나지는 않을까. 이 같은 의문을 갖고 있는 시민들이 의외로 적지 않다. 그러나 올해 초 장지지구 9단지에 입주한 곽승미(38)씨는 최근 이 같은 불안감이 깔끔히 해소됐다. 곽씨는 “장기전세주택의 가장 큰 장점은 마음이 너무너무 편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집주인 눈치 볼일이 없고, 치솟는 전셋값에 불안해 할 필요도 없다는 것. 곽씨는 “입주 전 베란다 창문에 스크래치가 생겨 민원을 제기했더니, 창문 전체를 갈아줬다”며 “집주인인 SH공사의 애프터 서비스는 신속한 편은 아니지만 확실한 편이다”고 말했다. 장지지구 4단지에 입주한 인모(38씨)도 같은 생각이다. 인씨는 “집을 꼭 소유해야 겠다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딱 맞는 아파트가 나왔다”며 “특별한 변수가 없다면 20년을 계속해서 살아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시프트는 기존의 임대아파트에 비해 여러 가지 장점을 갖고 있다. 국민 임대주택은 보증부 월세로 입주할 때 임대 보증금을 내고 거주하면서 매월 임대료를 납부해야 하지만 시프트는 입주할 때 임대보증금만 내면 된다. 2년마다 재계약을 하지만 이때 임대보증금은 주변 시세와 관계없이 연 5% 이내에서 인상된다. 다만 전용 59㎡ 이하의 경우 입주자의 소득이 오르면 따로 할증이 붙거나 퇴거 될 수 있다. 청약저축 통장이 여전히 살아있어 다른 아파트에 청약할 수 있고, 일반 분양 아파트와 단지 구분이 없는 ‘소셜믹스(Social mix)’를 적용한다는 점도 매력이다. ◇청약 당첨자들 뜯어보니= 시프트는 보통 10% 가량이 노부모 부양자 등에게 우선 공급되고 나머지는 청약저축 통장 보유자에게 일반 공급된다. 일반 공급의 청약자격은 전용면적별로 달라 꼼꼼히 살펴야 한다. 전용 59㎡ 이하는 서울시에 거주하며 청약자 본인은 물론, 세대원 전원이 무주택자여야 한다. 또 월평균 소득이 전년도 도시근로자 가구의 월평균 소득(241만 380원)의 70% 이하여야 한다. 동일 순위 내에서 경쟁이 생기면 세대주의 나이, 부양 가족 수, 서울 거주기간 별로 가점을 매겨 가점이 높은 순으로 당첨된다. 앞서 장지지구 4단지에 입주한 인씨의 경우 세 자녀를 두고 있으며 서울 토박이였다. 반면 60㎡~84㎡은 청약자격이 느슨해 경쟁률이 매우 높다. 서울시에 거주하며 청약자 본인과 세대원 전원이 무주택자이기만 하면 된다. 별도의 소득 제한도 없다. 순위 내 경쟁이 생기면 청약저축 불입횟수와 불입금액이 높은 순으로 당첨된다. 지난해 7월 분양된 강서 발산지구 3단지 전용 85㎡의 당첨자의 평균 청약저축 불입횟수는 109회, 평균납입금은 680만원이었다. 한편 올해 강서구 강일지구와 왕십리 주상복합에서 처음 선보이는 전용 84㎡초과 시프트의 청약 자격은 아직 구체적인 내용이 확정되지 않았다. 하지만 서울시에 따르면 전용 84㎡ 초과의 경우 청약예금을 가진 무주택자가 신청 가능하고, 당첨자는 청약가점제로 가릴 것으로 예상된다. ◇전세금 대출은 어떻게 =공사진행이 이미 80% 완료된 후 분양하는 장기전세 아파트는 청약 당첨 후 입주가 빠르기 때문에 전세금을 미리 준비해 놓는 것이 좋다. 하지만 전세금이 부족해도 시중은행을 통해 저리의 융자가 가능하기 때문에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입주 잔금에 대해 최고 6,000만원, 최장 6년, 연 4.5%의 조건으로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이미영 스피드뱅크 분양팀장은 “당장 주택을 매입할 자금 여력이 없는 실수요자들이라면 마음 편히 안정되게 종자돈을 모을 수 있는 기반을 확보한다는 차원에서 장기전세주택을 추천할 만 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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