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주가 하락으로 신음하던 국내 증시가 연말로 향하면서 1,000선을 전후로 다소 진정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펀드 투자자들의 거친 한숨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연초 마이너스로 돌아서기 시작한 주식형펀드 수익률은 투자자들의 기대를 헛되게 한 채 시간이 흐를수록 손실 폭만 더욱 키워갔다. 내년 상반기 역시 수익률 반등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미 펀드에 ‘물려있는’ 투자자라면 본의 아닌 장기투자로 갈 수 밖에 없는 처지이기도 하다. 그러나 현금을 가진 투자자들에겐 서서히 바닥을 다지며 반등을 엿보고 있는 지금이 투자하기엔 좋은 시기라는 분석이다. 지난해 뜨거운 활황장과 올해 최악의 약세장을 한번씩 모두 경험한 만큼, 내년엔 리스크 관리와 자신의 성향에 맞는 적절한 자산 배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내년 펀드선택, 안정이 최고=굿모닝신한증권은 최근 펴낸 ‘2009년 펀드시장 전망’에서 내년 국내 주식형펀드에선 필수소비재, 전기ㆍ통신 등 경기방어적 성격이 강한 가치주 펀드에 대한 관심을 지속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 재무건전성이 좋고 배당의 안정성이 높은 종목을 위주로 꾸려진 배당주펀드 역시 유망하다고 추천했다. 해외 펀드의 경우 여전히 보수적인 시각을 유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선진국시장도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글로벌 금융위기의 수렁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이머징 마켓의 경우 최악의 폭락을 경험한 만큼 내부 체력에 따라 위기극복의 정도가 판가름 날 것이라는 지적이다. 지금으로서는 인도나 러시아보다는 부양책이 가능한 중국과 브라질이 더 유리할 것이라는 평가다. ◇혼란기 ‘분산투자’ 필요=지난 수년간 국내 자산시장을 뜨겁게 달궜던 펀드 열풍은 우리에게 적절한 자산배분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손해를 볼 수 밖에 없다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 한번 일깨워줬다.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지금과 같은 약세장이 지속된다고 볼 때 무엇보다도 필요한 것은 바로 리스크 관리이다. 올 하반기에 나타난 것처럼 투자자들은 불안정한 시기에는 머니마켓펀드(MMF)나 적금 등 예금성 자산, 국공채, 은행 후순위채 등 원금이 보장되는 이른바 ‘초우량 자산’에만 집중한다. 약세장에서 뼈져리게 경험한 또 하나의 사실은 펀드를 운용하는 자산운용사나 판매사 등 이른바 전문가 집단에 대한 신뢰도가 땅에 떨어졌다는 것이다. 결국 투자자들은 자신의 자산을 가장 안정적이고 원금을 지키기에 용이한 포트폴리오를 구성한 공산이 커졌다. 이른바 ‘셀프 자산배분시대’로 진입한다는 것이다. 이계웅 굿모닝신한증권 펀드리서치팀장은 “이머징국가 펀드 등 높은 기대수익률이 돋보이는 새로운 유행 상품보다는 저렴한 수수료의 온라인, 인덱스펀드, 상장지수펀드(ETF) 등의 활용도가 부각될 것”이라며 “펀드 투자자들이 자신의 자산배분권을 직접 행사할 수 있는 다양한 구성의 포트폴리오가 나타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쉽고 단순한 구성조합으로, 원금을 지킬 수 있는 안정적 자산에 투자가 집중될 것이란 예상이다. 주식형 펀드에 있어서도 성장형 액티브 펀드나 중국 등 이머징국가 펀드를 늘리는 것 보다는 채권형 펀드나 MMF, 인덱스 펀드 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혼란기 ‘적립식 투자’만이 살 길=올해 많은 투자자들은 추가로 아무리 불입해도 나빠져가는 수익률에 실망한 나머지 적립식 펀드의 불입을 중단한 경우가 많다. 그러나 언제 시장이 회복될 지 모른다고 해서 마냥 적립식 불입을 끊는 게 능사는 아니다. 오히려 당분간 조정이 불가피한 금융시장 환경에서는 펀드 투자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가 다름아닌 적립식 펀드라는 분석이다. 이병훈 대우증권 자산관리컨설팅연구소 연구원은 “주가는 예측할 수 없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볼 때 적립식 만한 투자방법은 없다”며 “내년 상반기에도 급등락 장세가 계속 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단기 수익을 노리고 국내형이든 해외형이든 거치식으로 하는 건 위험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