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미국을 비롯한 유럽선진국, 동구권, 남미, 동남아의 신흥국가들의 증시는 유례없는 호황을 누린 반면 불행하게도 일본, 한국, 태국 등 3개국은 부진을 면치 못했다. 우리나라 증시는 올들어서도 경제의 근본적인 어려움 때문에 약세에 머물러 있는가하면 일본도 「버블」 붕괴이후 90년대초부터의 하락국면을 장기간 지속하고 있다.이는 현재의 일본자본시장 상황을 집약적으로 나타낼 수 있는 저주가, 저엔, 저금리의 소위 「트리플 저」 상황과 더불어 금융산업의 저효율성, 투자자금의 대량 해외유출, 상호주보유 관행의 변질에 따른 대량매물 출회 등이 하락의 배경이 되고 있는 것이다. 다만 여기에서 일본증권시장의 새로운 특징으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이러한 부진한 상황하에서도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주식과 하락하는 주식이 구분되는 주가의 양극화, 즉 시장에 의한 엄격한 선별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 호송선단형 경영방식하에서 자생력이 약화된 금융, 서비스산업의 주가는 하락하고 있는 반면 도요타, 혼다, 소니, 캐논, 닌텐도, 후지필름, NEC 등 국제표준에 적합한 일부 우량주들은 전반적인 증시의 부진속에서도 대폭 상승하고 있어 매우 흥미있는 주목거리가 되고 있다. 주가가 상승하는 이들 회사는 적극적인 글로벌경영을 통하여 국제표준을 선도할 수 있을 정도의 기술수준이나 시장선도 능력이 있다는 점 외에도 재무전략상의 공통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다.
즉 90년대들어 주주자본이익률(ROE)을 중시함과 동시에 이익의 주주환원에 노력했으며 신규투자시에도 예상수익이 일정수준을 넘을 수 없다고 판단되는 사업에는 투자하지 않는 이른바 「선택과 집중」의 재무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이러한 기업주가의 엄격한 차별화는 사실 미국에서는 오래전부터 정착돼 온 관행이다.
우리증권시장의 주가형성에 이러한 세계적인 조류가 반영될 날이 곧 도래할 것으로 본다. 다만 일본의 예에서 보듯이 주주에게 돌아갈 수익에 대한 판단이나 국제적인 표준에 따라 경영하겠다는 목표없이 종래와 같이 무조건적이고 단순한 시장점유율 확대로 표현되는 외형위주의 투자를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주주자본에 대한 적절한 수익성과 국제적인 표준을 리드할 수 있는 경쟁력제고는 글로벌화(세계화)된 경영환경하에서 기업생존의 보장은 물론 주식시장에서 투자자들에게 선호될 수 있는 최선의 전략임을 우리 경영자들도 인식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사업여건이 어렵다고 해서 기업이 주주에 대한 적정이익의 환원이라는 기본책무가 이행되지 않는다면 이는 결코 합리적인 경영이라 할 수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