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코스닥 퇴출제도 '구멍 투성이'

구멍 투성이인 상장폐지 규정 때문에 코스닥 부실기업들의 퇴출이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대규모 적자를 낸 부실 기업들이 임기응변을 통해 퇴출 위기에서 빠져나가다 보니 물갈이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시장의 건전성을 해친다는 지적이다. 23일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12월 결산 코스닥 상장사 가운데 작년 말 기준완전 자본잠식 기업과 2년 연속 매출액 30억원 미만 기업은 코스닥시장에서 퇴출된다. 아울러 작년 말 기준으로 50% 이상 자본이 잠식됐거나 한해 매출액이 30억원 미만인 기업은 1년 동안 관리종목으로 지정됐다가 같은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상장이 폐지된다. ◆코스닥, 9사 상장폐지 '주의보' = 코스닥 상장사가 22일까지 제출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매출액과 자본잠식 기준으로 퇴출 가능성이 있는 기업은 9개사다. 대륜, 신영기술금융, 오토윈테크, 인터리츠, 코리아텐더 등 5사는 2004년 매출액이 30억원에 미치지 못해 작년에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상황에서 작년 9월 말까지 누적 매출액이 30억원을 밑돌아 퇴출 가능성이 있다. 또 작년 9월 말 현재 완전 자본잠식 상태인 로커스와 애즈웍스, 두일전자통신, 베넥스 등 4사도 퇴출을 걱정해야하는 처지다. 이들 기업은 2005년 사업보고서 제출 시한인 3월31일까지 현재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상장이 폐지된다. 하지만 '막판 매출 늘리기'와 감자에 이은 유상증자를 통한 '자본잠식률 낮추기'를 통해 얼마든지 위기에서 벗어날 수도 있다. ◆막판 매출액 늘리기로 위기 모면 = 실제 매출액 미달로 퇴출 주의 종목으로거론되던 11사 가운데 이미 작년 전체 실적을 공시한 대한바이오(37억원), 휴림미디어(67억원), 서원아이앤비(31억원), 시스맘(32억원), 에스피컴텍(40억원), 인투스(36억원) 등 6사는 모두 매출액 30억원을 초과해 퇴출 위기에서 벗어났다. 거래소 관계자는 "상당수 기업은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면서 매출액 30억원을 간신히 넘겨 퇴출 위기 모면을 위해 억지로 매출을 늘린 것이 아닌지 의심된다"고 말했다. 실제 서원아이앤비는 작년 9월 말까지 누적 매출액이 4억원대 불과했지만 연간 매출액은 31억원에 달했다고 최근 공시했다. 이 기간 이 회사의 적자규모는 18억원에서 29억원으로 늘었다. 시스맘도 작년 9월 말까지 누적 매출액이 4천900만원에 불과했지만 연말 기준매출액은 32억원으로 늘어났다.대부분의 매출이 4.4분기에 발생했다. 연간 적자 규모도 68억원에 달했다. 또 비아이엔텍(32억원)과 장미디어(38억원), 자이링크(36억원), 나코(38억원), 이노셀(31억원), 비에스이(32억원) 등도 작년 3.4분기까지 매출액이 30억원에 미치지 못해 관리종목 지정이 우려됐으나 최근 연간 매출액 30억원대를 달성했다고 공시했다. ◆감자.증자로 자본잠식 상태 탈출 =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기업들은 감자에 이은 유상증자를 통해 자본금을 줄이고 자기자본을 늘려 퇴출 위기에서 벗어나곤 한다. 또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의 주식 전환으로 자기자본을 늘리는 방식도 상장폐지 위기 탈출에 자주 활용된다. 실제 작년 말 기준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벨코정보통신과 솔빛텔레콤은 각각 BW행사와 유상증자를 통해 퇴출 위기에서 벗어났다. 에이엠에스와 휘튼은 작년 3.4분기 보고서 기준 완전 자본잠식 상태였지만 역시유상증자와 BW행사를 통해 위기에서 탈출했다. 또 서세원미디어, 올리브나인, 케이앤컴퍼니 등 15사도 작년 3.4분기 보고서 기준으로 자본잠식률 50% 이상이었지만 이후 감자와 증자, CB전환 등으로 통해 관리종목 지정 위기에서 벗어났다. 이처럼 다양한 방식으로 퇴출 규정을 빠져나갈 수 있다보니 작년 결산기에 자본잠식 사유로 퇴출된 기업은 케이엔티와 후야인포넷 2곳에 불과하며 작년부터 적용되기 시작한 매출액 30억원 미달 사유로 코스닥시장을 떠난 기업은 아직 없다. ◆임기응변식 퇴출 모면..상장기업수만 급증 = 거래소 관계자는 "자본잠식 기업은 대체로 부실한 상태이기 때문에 제3자 배정방식으로 유상증자를 실시하는 경우가많다"며 "일시적으로 자금이 유입된다 하더라도 적자를 메우는데 쓰이는 사례가 많아 기업의 체질 자체가 바뀌는 일은 드물다"고 설명했다. 또 비상장사가 결산기 퇴출 위기에 몰린 상장사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손쉽게 우회상장에 성공하기도 했다. 퇴출 대상 부실기업이 임시방편으로 상장을 유지하는 바람에 코스닥 상장사는 해마다 급증해 정보기술(IT) 거품이 한창이던 1999년 말 457사에 불과했지만 작년 말에는 두 배가 넘는 916사로 늘었다. 증시 전문가들은 코스닥시장의 물갈이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아 우회상장을 비롯한 병폐들이 커지고 있으며 시장의 자정 능력이 발휘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거래소는 이러한 폐단을 막기 위해 사업보고서 제출과 동시에 상장폐지를 결정하는 즉시 퇴출제도 도입을 추진하다 상장사들의 반발을 염려해 시행을 보류한 바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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