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총리 건의 받자 신속 조치 … '국민에 상처주면 반드시 문책' 재확인

[윤진숙 장관 전격 해임]

"국정운영까지 차질 올라" 기강 다잡기

'부실 인사' 논란에 야당 공세 거세질 듯


박근혜 대통령이 6일 여수 기름유출 사고와 관련해 부적절한 발언을 한 윤진숙(사진) 해양수산부 장관을 전격 해임한 것은 국민에게 상처를 주는 발언을 한 공직자는 반드시 문책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하는 것은 물론 공직기강을 확실히 다잡겠다는 의지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카드사 정보유출 책임을 국민에게 돌리는 듯한 발언을 한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겨냥해 "국민의 마음에 상처를 주는 공직자가 없기를 바란다. 이런 일이 재발하면 책임을 반드시 물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결국 박 대통령의 이번 결정은 국민들과의 약속을 지키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공직사회에 긴장감을 불어넣겠다는 뜻을 나타낸 것이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윤 장관이 자진사퇴하는 수순을 거치지 않고 박 대통령이 경질을 결정한 것은 그만큼 청와대가 이번 사태를 엄중하게 판단했다는 것"이라며 "국민들의 아픈 상처에 소금을 끼얹는 공직자에게는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는 강력한 뜻을 재확인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날 이뤄진 전격 해임은 윤 장관의 언행과 처사가 국정운영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윤 장관은 지난 2일 여수 현장에서 "심각하지 않은 것으로 생각했는데…"라고 말하며 손으로 코를 가리는 행동 등을 보였다. 또 3일 한 방송에 나와 "장관의 언행이 왜 자꾸 구설에 오른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인기 덕분이라 생각하고 있다"고 말해 분위기 파악을 못한다는 비난을 받았다. 특히 5일에는 국회서 열린 당정협의회에서 "1차 피해는 GS칼텍스, 2차 피해는 어민"이라고 말해 빈축을 샀다. 윤 장관은 이어 답변과정에서 웃음을 보여 여당 의원들로부터 "웃음이 나오느냐"는 지적도 받았다.

특히 윤 장관의 경우 과거 장관 임명을 앞두고 실시된 인사청문회에서 국회의원들의 질의에 웃음으로 일관해 여야 의원들의 질타를 받아온 터여서 여론의 화살을 피할 수 없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윤 장관은 지난해 4월2일 열린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김춘진 민주당 의원이 "수산은 전혀 모르시냐"고 묻자 웃음을 터뜨리며 "수산자원, 네, 아니, 전혀 모르는 건 아니고요"라고 말해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해수부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면서 예산을 잘못 말하는 실수도 범했다.


여당인 새누리당 내부에서조차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면서 더이상 버틸 수 없다는 현실적 판단도 일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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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철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윤 장관이 여수 기름유출 사고와 관련한 당정회의에서 GS칼텍스가 1차 피해자고 어민은 2차 피해자고 말해 황당했다"며 "일반 국민의 생각과 거리가 멀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국민과 괴리된 감각을 가지다 보니 시도 때도 없이 웃는 듯하다"며 "아무리 잘 웃는 사람이라도 사고 현장이나 대책논의 현장 등 웃을 수 없는 상황에서 웃는 장관을 국민들이 어떻게 생각하겠느냐"고 비판했다. 심 최고위원은 마지막으로 "부적절한 언행이 이번만은 아닌데 과연 제자리에 적합한 인물이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해 사실상 사퇴를 요구했다.

윤 장관에 대한 청와대의 입장변화는 정홍원 국무총리의 이날 국회 발언에서 감지됐다.

정 총리는 이날 오전 우윤근 민주당 의원의 "(이런 분이) 국무위원 자리에 있어야 하느냐"는 질의에 "죄송하게 생각하고 본인도 죄송한 생각을 갖고 있다"면서 윤 장관을 옹호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오후에 진행된 대정부 질문에서는 "해임건의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해 사실상 청와대와 교감한 뒤 이 같은 발언을 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정 총리는 이후 전화로 박 대통령에게 해임을 건의했고 박 대통령은 이를 수용했다.

박 대통령이 윤 장관의 해임 건의안을 받아들이면서 윤 장관은 박근혜 정부 들어 첫 장관 낙마 사례로 남게 됐다. 다만 박 대통령이 윤 장관을 발탁할 때 "모래밭 속의 진주"라고 극찬한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후유증을 남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야당의 공세가 잇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고위정책회의에서 "박근혜 정부 장관들은 사고가 터지면 하나같이 애물단지로 변한다"며 "윤 장관은 장관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의 가벼운 처신과 언행으로 국민의 분통을 넘어 실소를 연발시키고 있다"고 힐난했다.

전 원내대표는 이어 "국민에게 상처 주는 공직자의 발언에 책임 묻겠다"는 박 대통령의 언급을 지적하며 "윤 장관의 언행이 바로 이 케이스에 딱 들어맞는다. 박 대통령은 윤 장관을 엄중하게 문책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병완 정책위 의장 역시 "피해자와 가해자도 구분하지 못하는 장관의 자질을 논의하는 것조차 무의미하다"고 일갈했다.


서정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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