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미국發 금융위기] 패닉 진정 "사실상 마지막 카드"

■ 美정부, 은행부실 떠안는다<br>"대증요법으론 안돼" 절박한 위기의식 반영<br>일부선 "때늦은 조치…공적자금 규모 미흡"


미국 재부무가 금융기관 부실자산을 인수할 공적기구를 설립하기로 함에 따라 패닉 상태에 빠진 글로벌 금융시장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과거 20년 전 주택대부조합(S&L) 파산 사태 때 부실자산을 인수한 정리신탁공사(RTC)가 모델이다. 이 구상은 재무부가 오래전부터 검토해왔으나 엄청난 국민 세금을 축낼 수 있고 시장주의의 근간을 흔든다는 여론의 비난을 의식, 그동안 현실화하지 않았던 것이다. 따라서 재무부가 꺼내 들기를 주저했던 이 방안을 채택한 것은 기존의 ‘대증요법’으로는 1930년 대공항 이후 최악의 금융위기를 수습하지 못한다는 절박한 인식에서 비롯됐다. 따라서 RTC 신설은 미 금융 당국의 위기 대처 방안으로는 사실상 마지막 카드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번 조치는 특정 금융기관의 구제금융에 그치지 않고 은행의 부실을 직접 떠안는다는 점에서 가장 본질적인 문제에 접근한 조치로 투자심리 안정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평가된다. 부실 금융기관이 발생할 때마다 해당 금융기관에 자금을 수혈하는 땜질식 처방이 아니라 신용위기의 핵심인 부실자산을 광범위하게 인수하기 때문에 신뢰성 위기를 맞은 금융시장의 패닉을 줄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 금융 수뇌부가 18일 밤 부실자산 인수기구 설립 방안을 놓고 의회지도자와 회동하기 전 CNBC가 이를 먼저 보도하자 뉴욕 증시는 강한 상승세를 탔으며 아시아 증시 역시 반등세를 보였다. 그러나 천문학적인 공적자금 투입에 따른 국민 세금 부담 논란은 차지하고 이번 조치가 신용위기를 일거에 해소할 만병통치약이 아니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당장의 패닉 강도는 약해지겠지만 들불처럼 지구촌으로 확산되는 금융위기를 수습하기에는 뒤늦은 조치라는 평가도 나온다. 또 부실자산은 장부가 이하의 헐값으로 매각될 것이 뻔해 금융기관의 대규모 손실처리 등 후유증도 예상된다. 재무부의 조치는 신뢰성 위기에 봉착한 금융시장의 조속한 안정과 집값 하락으로 인한 추가부실을 차단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금융기관이 보유한 부실자산을 털어내줌으로써 시장의 신뢰성을 회복하고 이들의 유동성 위기도 잠재운다는 것이다. 헤지펀드인 살리언트파트너스의 공동 설립자인 해그 셔먼은 “금융기관들이 부실자산을 넘길 수만 있다면 회사를 통째로 매각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앞서 빌 그로스 핌코 최고투자책임자(CI0)도 “부실 모기지 채권 일부를 정부가 인수한다면 금융시장 안정에 상당한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결단을 촉구한 바 있다. CNN은 모기지 채권을 보유한 주택소유자도 수혜자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모기지 채권을 인수한 정부가 주택소유자에게 상환조건이 좋은 모기지로 갈아 탈 수 있도록 리파이낸싱해준다는 것이다. 이 경우 모기지 채권을 근거로 만든 2차 파생상품 가격 하락을 저지하고 모기지를 상환하지 못해 차압되는 주택이 감소하면 주택 가격 하락을 억제하는 효과도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방안은 얼마나 많은 재원이 투입되는지에 따라, 인수 대상 부실자산의 범위에 따라 효과는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CNBC는 5,000억달러가 소요될 것으로 추정했다. 이 정도의 공적자금만으로는 금융기관이 보유한 부실자산을 매입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할 것이라는 시각도 제기된다. 신용위기의 뿌리인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채권은 1조8,000억달러에 이르며 이를 유동화한 주택저당유동화증권(MBS)과 자산담보부증권(CDO) 등 모기지 관련 파생상품은 1차 채권의 수십 배에 이른다. MBS조차 없었던 S&L 파산 사태 때와는 달리 모기지 관련 파생상품에는 자동차론와 신용카드채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부실자산은 앞으로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다. 또 S&L 파산 사태 때 설립한 RTC가 6년 동안 활동한 것처럼 일시에 부실자산을 인수하기 어렵기 때문에 시장안정 효과가 나타나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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