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 북핵의 피해자들

전세계가 북한이 출제한 퍼즐에 온통 머리를 싸매고 있다. 핵실험을 하겠노라고 선언한 직후 지진이 감지된 것을 본다면 핵실험을 한 것이 분명한데 핵실험 치고는 지진이 너무 미약하고 특별한 지형 변화도 없으며 방사능량도 증가하지 않았다. 상식적으로는 핵실험을 하지 않았다는 추정도 가능한 상황까지 일부 나타나는 상황에서 초현대적 과학기술을 보유한 미국이나 영리하기로 이름 높은 일본, 북한의 맏형 격인 중국도 김정일식 퍼즐에 고개를 가로젓는 수밖에 없다. 좋게 말하면 신출귀몰이요, 나쁘게 말하면 막가파식 김정일 정권의 행패인 셈이다. 북의 행태를 놓고 국제사회는 각종 해석과 추리를 내놓고 있다. 어떤 이는 실험에 실패했다고 하고, 어떤 이는 규모가 작지만 더 정교한 핵폭탄을 개발한 것인지도 모른다고 했다. 성공을 했건 실패를 했건간에 한ㆍ미ㆍ일ㆍ중 4개국이 법석을 떠는 장면을 구경하고 있는 김정일의 입장을 역산해보는 것조차 머리가 복잡해지는 상황이 지금 한반도에서 펼쳐지고 있다. 지난 7월 미사일을 발사한 때에도 국제사회는 김정일 퍼즐에 식은땀깨나 흘렸다. 발사한 미사일 중 가장 중요한 의미를 갖는 대포동 2호는 40초 만에 2㎞도 가지 못하고 인근 해안에 추락하고 말았는데 이를 놓고 전문가들간에 미사일 발사가 실패라느니, 의도적으로 연료를 줄여 도중에 추락하도록 만들었다느니 각설이 분분했다. 워낙 폐쇄되고 비밀이 많은 나라이기에 독재자의 제스처나 걸음걸이조차도 정치적 의미를 가지고 해석을 해야 하고,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가 실패인지 성공인지를 놓고 전세계가 놀아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이 개최하는 세계의 이목을 끄는 이벤트가 매번 대박 흥행인 셈이다. 걸핏하면 소리 소문 없이 숨어버리는 김정일의 이상한 습관까지 합하면 흥미는 더할 나위가 없다. 문제는 북한이 국가 같은 국가가 아니라 게릴라 같은 국가라는 데 있다. 예측을 불허하는 집단의 손에 위험하기 짝이 없는 핵이라는 흉기가 쥐어졌으니 누군가가 크게 다칠 것이라는 것은 예상되는 일이다. 그러면 과연 누가 다칠 것인가. 북 미사일의 사정거리가 미 본토에는 미치지 않으니 테러단체에 핵무기를 판매하지 않는 한 당장 미국이 다칠 일은 없다. 다만 일본이 다칠 수 있다는 것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다. 따라서 일본은 최단 시일 내에 핵무기를 보유하게 될 것이고 결국 동북아에 핵무기 보유 경쟁이 유발할 것은 자명하다. 그런 의미에서 김정일은 나쁜 이웃을 두면 동네 전체가 시쳇말로 ‘쌈모(싸움 동호회)’가 된다는 교훈을 새삼 일깨우고 있다. 그 다음 최대 희생자는 누굴까. 물론 한국 국민 전체가 그 대상이 되겠지만 그중에서도 당장 우리나라 해군장병이 그 첫 희생자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간 한국 해군이 북측 해군보다 군사적 우위에 있었기 때문에 북측은 한국 해군에 수모를 당하고도 어찌해볼 도리가 없었다는 게 정설이다. 하지만 핵병기를 배후에 둔 북측 함정에는 호기다. 마음 놓고 아군을 향해 위협적인 행위를 할 수 있고 아군이 대응하면 핵무기를 전제로 협박을 할 터이니 확전이 두려운 우리 해군의 대응은 소극적이 되지 않겠냐는 관측이 많다. 육지에서는 북한군이, 하늘에서는 북 전투기가 겁 없이 휴전선을 넘나들 것이다. 그간 한국은 수십년에 걸쳐 간신히 재래식 군사력에서 우위, 또는 대등한 능력을 갖춰왔다. 하지만 한반도에 핵무기가 들어서는 상황은 이런 우위를 무의미하게 만들 뿐이다. 이런 와중에도 이 나라 국방을 책임지고 있는 인물들이 북 미사일과 핵무기는 안보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한 국가에서 전략적인 위치에 있는 인물들의 발언은 한층 신중해야 한다. 그들의 발언을 그런 의미로 해석하고 싶다. 하지만 한 국가의 생존과 국민의 생명이 당장 위협받고 있는 와중이다. 정부 당국자들에게 좀더 발언의 신중함을 요구하는 것도 현재의 상황이 매우 복잡 미묘하게 전개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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