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농수산물 내리고 가공식품 오르고 '물가 양극화'

4월 4.2%로 0.5%p 내려 오름세는 한풀 꺾여<br>인플레 도미노 효과로 서민들은 체감 힘들어<br>개인 서비스 요금 인상·하반기 공공물가 변수


소비자물가가 지난달에도 4개월 연속 4%대 고공행진을 이어갔지만 전달에 비해서는 오름세가 덜했다. 그렇다고 인플레이션 곡선이 정말로 꺾였다고 보는 것은 이르다. 무엇보다 서민들은 피부로 느껴지지 않는다고 하소연한다. 농산물ㆍ석유 가격 상승의 여파로 서비스요금이 오르는 이른바 '인플레이션 도미노' 효과가 현실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학교 무상급식, 전문계 고교 납입금 면제 등 정부정책에 따른 물가지표 하락효과도 두드러졌다. 2일 통계청이 발표한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4월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4.2% 상승하며 4개월 연속 4% 상승세를 지속했다. 전월 대비로는 변동이 없었지만 전년 동월 대비로는 지난 3월(4.7%)보다 0.5%포인트 낮아졌다. 농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한 근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3.2% 올라 3월의 3.3%보다 낮아졌다. 물가 폭등이 다소 잠잠해진 것은 농산물 가격안정 효과가 컸다. 생선ㆍ채소ㆍ과실류 등 신선식품 지수는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7.7% 상승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지만 상승률 자체는 11개월 만에 한자릿수로 낮아졌다. 농축수산물이 전년 동월 대비 9.2% 올랐는데 전월 대비로는 1.8% 내렸다. 비교하기 쉬운 전월 대비로 따져보면 파(-32.7%), 배추(-21%), 국산 쇠고기(-4.9%) 등의 가격이 줄줄이 떨어졌다. 봄철 기후여건이 다소 좋아지고 구제역이 진정되면서 장바구니 물가에 숨통이 트인 것이다. 기획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채소류 등 농산물 수급 및 가격이 안정될 것으로 예상돼 향후 물가안정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낙관적인 정부 전망이 맞아떨어질지는 미지수다. 유가와 서비스 요금이 가장 큰 변수다. 정유사들이 지난달 7일부터 휘발유와 경유 가격을 리터당 100원씩 내렸지만 통계청의 세 차례 조사 가운데 두 차례만 반영됐고 그나마 주유소들이 재고분을 이유로 즉각 인하하지 않아 효과는 제한적이었다. 휘발유는 전월보다 0.1% 하락하는 데 그쳤고 경유는 오히려 1.2% 상승했다. 두바이유 현물가격이 지난달 1일 배럴당 111달러였으나 28일에는 119달러까지 오르는 등 정유사의 가격인하 효과를 상쇄시키는 것 또한 악재다. 개인서비스 요금은 정부가 예의주시하지만 팔 꺾기가 먹히지 않는 부분이다. 외식 삼겹살이 13.5%, 미용료가 7.6% 상승하는 등 개인서비스 요금 인상은 이미 현실화됐다. 농산물ㆍ원자재와 달리 개인서비스 요금은 한 번 오르면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 '메뉴효과'가 있기 때문에 하락세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수입 담뱃값 인상과 하반기 공공요금 인상조짐 등도 악재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은 "농수산물 가격이 안정을 되찾는 등 물가상승 압력은 다소 낮아졌다"면서도 "중동정세에 따라 유가가 다시 오를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고 서비스요금 인상압력 역시 줄어들지 않은 만큼 물가에 대한 고삐를 풀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