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소문난 잔치?

한기석 기자<증권부>

온 국민의 주목을 받아온 부동산대책이 31일 마침내 모습을 나타냈다. 이미 대부분의 내용이 알려져 신선하지도, 놀랍지도 않았다. 증시 반응과 영향 역시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다. “부동산 자금과 증시 자금은 성격이 서로 다릅니다. 부동산을 누른다고 해서 거기 있던 돈이 증시로 유입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부동산 투자로 인한 기대수익률이 많이 낮아지는 만큼 자금이동은 불가피해 보입니다. 부동산에서 빠져 나온 자금은 부동화해 대기자금화할 것이며 새로운 투자처를 찾을 겁니다. 하지만 주식시장으로 들어오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이번 부동산대책에 대한 증시 전문가들의 평가는 이렇다 할 게 없다. 큰 호재도, 큰 악재도 아닌 이를테면 이슈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처럼 증권가의 반응이 무덤덤한 것은 장기 적립식 펀드에 대한 세제혜택 무산의 영향이 크다. 주식시장 입장에서 볼 때 펀드 세제혜택은 이번 부동산대책의 핵심이었다. 증시는 부동산에 몰려 있는 자금이 세상으로 나오도록 하는 부동산대책과 나온 자금이 증시로 이동할 수 있도록 물꼬를 트는 증시대책이 합쳐지기를 바랐다. 그런데 정작 알맹이라고 할 수 있는 비과세 혜택이 빠지자 허탈해진 것이다. 요즘 우리 증시는 1,000포인트를 훌쩍 뛰어넘은 뒤 역사상 고점을 눈앞에 두고 조정 중이다. 이번 1,000포인트 돌파의 일등공신인 적립식 펀드 등 유동성 공급이 최근 들어 주춤해지고 있다. 외국인은 꾸준히 차익실현에 나서며 주가의 발목을 잡고 있다. 게다가 우리가 컨트롤할 수 없는 유가는 어느덧 70달러를 넘어서며 연일 증시를 강타하고 있다. 기대할 바는 없고 우려할 바는 많은 게 요즘 우리 증시의 모습인 것이다. 이런 증시가 한여름 소나기처럼 기다렸던 게 적립식 펀드 세제혜택이었다. 이를 모멘텀으로 삼아 재차 대세상승 국면으로 접어들려고 했던 것이다. 그 꿈이 깨지고 증시와는 아무런 관련도 없는 부동산대책이 나오자 반응이 좋을 리 없다. 정부는 그동안 기회가 있을 때마다 증시의 중요성을 역설해왔다. 노무현 대통령은 그런 의지를 보이기 위해 코스닥 펀드에 가입까지 했다. 그러던 정부가 이번 부동산대책에서 펀드 세제혜택을 뺀 것은 큰 아쉬움이 남는다. 이번 대책이 부동산을 잡는 데는 효과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증시에는 소문난 잔치로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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