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대출금리는 왜 안내리나" 논란
고객들 "수신금리는 내리면서 모른척" 분통
은행들 "예대마진 2% 불과… 낮출여력 없다"
'대출금리는 왜 안 내리나.'
최근 시중은행들이 잇따라 예금금리를 인하하면서도 '요지부동'인 대출금리에 대한 고객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고객들은 또 은행들이 수년째 연 19~20%에 달하는 고금리 연체이율을 적용하고 있는 데 대해서도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은행들이 지난해 하반기와 올초에 걸쳐 예금금리를 경쟁적으로 내리면서 대출금리를 인하할 여력이 있는 데도 불구하고 이를 낮추는 데는 너무 인색하다는 것.
실제 은행들은 지난해 이후 일부 아파트대출금리를 제외하고는 대출금리를 대부분 내리지 않았고 연체금리는 지난 98년 말 이후 한차례도 인하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은행들이 악화되고 있는 수익성을 수신금리 인하를 통해 보전하면서 그 부담을 고객들에게 떠넘기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까지 일고 있다.
일부 관계자들은 상당수 은행들이 국고채 등 안전한 자산에만 자금을 운용하면서 역마진이 발생하자 이를 메우기 위해 수신금리 인하에 나서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은행들은 이같은 지적에 대해 "실상을 잘 모르고 하는 말"이라며 "예대마진이 2~3%대에 불과한 상황에서 대출금리를 더 내리라는 것은 사실상 장사를 하지 말라는 얘기"라고 맞서고 있다.
◇대출금리 인하 여력있나
시중은행들의 정기예금(1년만기) 금리는 지난해 초 7.9% 안팎에 달했으나 그동안 4~5차례에 걸쳐 낮춰 7% 안팎까지 떨어졌고 올초엔 6% 후반대까지 진입했다.
이번주에도 한빛, 서울, 외환, 평화은행 등이 정기예금 금리를 0.2~0.5%포인트씩 인하했으며 국민, 주택, 조흥 등 다른 시중은행들도 잇따라 금리인하를 검토하고 나섰다.
은행들은 최근 국고채 금리가 6% 초반까지 떨어지는 등 시중 실세금리가 급락함에 따라 적정 예대마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예금금리 인하가 불가피하다고 입장이다.
그러나 고객들은 은행들이 이처럼 예금금리를 인하하면서도 대출금리에는 전혀 손을 대지 않고 있다며 큰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외환위기 직후 금리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뛸 때에는 대폭 오른 대출금리를 적용하겠다고 분주하게 움직였던 은행들이 정작 금리가 떨어질 땐 모른척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은행들이 수수료 수입 등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하지 않고 수신금리 인하로 예대마진을 확보하는 데만 주력하고 있다며 대출금리의 인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또 최근 한국은행이 경기부양을 위해 이번주 금통위에서 콜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자 만일 콜금리가 인하될 경우 자연스럽게 낮춰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은행권 '당분간 못 낮춘다'
은행들은 그러나 현재 예대마진은 선진국 수준인 3~4%에도 못미치는 2%대에 불과하다며 아직까지는 더 이상 낮출 여력이 없다는 입장이다.
은행들은 또한 예금금리를 낮췄다고 해서 바로 대출금리를 낮출 수는 없으며 빨라야 수개월 뒤에나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우대금리(프라임레이트)를 내리면 개인은 물론 기업들의 기존 거래분까지 일률적으로 소급 적용해야 한다"면서 "그러나 적정수익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오히려 예대마진을 늘려야 하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또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도 "현재도 실질적으로는 개인이나 기업 모두 그때 그때의 시장상황이나 신용도에 따라 '네고'를 통해 금리를 차등 적용하고 있다"며 "무작정 기준금리를 낮추라고 주장하는 것은 현실을 잘 모르고 하는 얘기"라고 주장했다.
실제 대부분의 은행들은 지점장 전결금리 등 네고금리를 일부 조정하는 것 외에는 당분간 프라임레이트를 인하할 계획이 전혀 없다고 밝히고 있다.
금융연구원 관계자는 이에 대해 "선진국 은행들에 비해 우리나라 은행들의 예대마진 의존도가 너무 높은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이제부터라도 신규업무 진출이나 수수료 수입확대 등 새로운 수익모델을 만들어내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진우기자 rain@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