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환율상승, 긍정적 효과도 있다

환율이 요동치고 있다. 특히 이달 들어 달러당 50원 이상 오르면서 3월 하순 현재 1,000원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원ㆍ엔 환율 역시 100엔당 1,000원을 넘어서면서 지난해 7월의 저점에 비해 30% 이상 올랐다. 마침 유가와 곡물가 등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던 터에 환율이 오르면서 물가 상승에 대한 우려가 들끓고 있다. 그렇지만 최근 환율 상승에 대한 일반의 시각은 부정적인 방향으로 치우치는 듯한 느낌이 든다. 첫째, 최근의 환율 추세는 속도면에서는 지나치지만 방향은 정상적이라고 볼 수 있다. 지난 수년간 원화는 경제의 기초 여건에 비해 지나치게 강세를 보였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였다. 예컨대 실질실효환율 기준 균형 원ㆍ달러 환율은 여전히 1,000원대 후반을 넘는 것으로 나타난다. 따라서 현재의 환율 상승은 균형에서 이탈한 환율이 정상 수준으로 돌아가는 과정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어려운 환율여건으로 인한 수출채산성과 경쟁력 악화를 견뎌온 수출기업들에 숨 돌릴 여유가 조금 생겨난 것뿐이다. 둘째, 환율 상승의 효과 가운데 물가 상승이라는 부작용만 지나치게 강조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물가가 오르면 자원배분이 자의적으로 되는 등의 부작용이 생기고 심할 경우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로 인해 상황이 더욱 악화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성장 촉진 효과도 부인할 수 없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환율이 10% 상승할 경우 소비자물가가 0.7%포인트 오르는 한편 국내총생산(GDP) 성장률도 0.7% 오르게 된다. 성장률은 실물변수이기 때문에 국민들의 소득이 실질적으로 약 0.7% 늘어나는 것을 뜻한다. 결국 환율 상승에 따른 성장 효과와 물가상승 효과에 대해 어느 정도의 가중치를 둘 것인가의 문제로 귀착되는데 정답은 두 가지 효과를 균형 있게 고려해 사회적 효용함수를 최적화하는 것이다. 셋째, 환율 상승으로 내수가 둔화된다는 명제도 논의의 여지가 있다. 환율이 오른다는 것은 교역재(수출입되는 상품)와 비교역재(수출입되지 않는 국내 서비스) 간의 관계에서 교역재 가격을 비싸게 하는 것이다. 이 경우 자원이 비교역재 부문에서 교역재 부문으로 이동하면서 내수 부문이 위축될 수 있다. 그러나 이 논리는 단기적인 대체효과만을 따질 뿐 앞서 본 소득효과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 우리 경제에서 수출의 중요성을 간과할 수 없는 일이고 보면 환율이 오르면 수출이 활기를 띠고, 이 효과가 정부의 투자활성화 노력과 맞물릴 때 투자와 고용이 확대되면서 시간이 흐름에 따라 수출과 내수 모두를 늘릴 수 있는 여지가 생기게 된다. 경제변수가 어느 방향으로 움직이든 긍정적인 측면도 있고 부정적인 측면도 있다. 전부 아니면 전무라는 식의 접근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기 어렵다. 지난 수년간 환율이 너무 떨어져서 위기라고 하더니 이제 환율이 오르고 경상수지가 적자로 전환되니 외환위기 직전과 비슷하다는 호들갑스러운 진단으로 이어진다면 지나친 감이 있다. 금융변수가 균형을 찾아 나가는 과정이 항상 안정적이고 점진적인 것은 아니다. 금융시장 내 빠른 정보 흐름과 쏠림 현상을 감안하면 오히려 급작스러운 것이 자연스러울 수도 있다. 그렇다면 환율 상승 자체를 부정하기보다는 불안정성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단기적인 시장의 흐름은 환율이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경기가 위축되는 가운데 정부가 내수 위주의 성장정책을 지향하지만 녹록지 않은 형편인 것 같다. 환율 상승이 경상수지 개선을 통해 경기둔화를 완화시키는 작용을 하는 것을 일정 정도 인정한 후 물가상승 부담을 줄이기 위해 속도를 조절하는 일이 필요한 시점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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