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세대사업 자금·준비부족에 잇단 연기따라인력감축, 사업제휴, 인수ㆍ합병 등 세계 이동전화 메이커에 구조조정의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21세기를 선도할 유망사업으로 손꼽히던 3세대(3G) 이동통신 사업이 준비부족과 통신서비스업체의 자금난으로 속속 연기되면서 이동전화기 업체들이 사업포기를 본격 검토할 정도로 직격탄을 맞고 있다.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와 이코노미스트는 각각 최신호(30일자)에서 손실증대, 경쟁격화, 주가하락 등으로 고전하고 있는 전세계 이동전화 제조산업이 올해 엄청난 변화를 겪을 것으로 내다봤다.
◇불안한 사업전망=핸드폰 메이커들을 벼랑 끝으로 몰고 있는 주범은 회의론이 점차 거세지고 있는 3G 이동통신사업.
90년대 후반부터 통신장비업체들은 3G사업을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고 보고 투자를 늘려왔지만 서비스업체들이 속속 상용화를 연기하면서 3G는 '돈 먹는 하마'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
오는 5월 세계 최초 3G사업을 선언했던 일본 NTT도코모가 지난 24일 서비스개시시기를 10월로 연기한데다 유럽 업체들도 내년 하반기 이후로 사업시기를 속속 미루고 있으며 미국은 아예 주파수 배정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장비업체들로선 엄청난 투자비를 회수할 시기가 점점 늦춰지고 있는 셈이다.
3G서비스가 미뤄지면서 핸드폰 가격경쟁은 날로 치열해지고 있다. 핸드폰 시장이 포화단계에 이르면서 기능보다는 가격과 디자인 위주의 마케팅으로 기업수익은 점차 나빠지고 있다.
에릭슨, 필립스 등은 핸드폰 분야에서만 올 1ㆍ4분기 수억달러의 손실을 기록했다. 실적부진으로 감원도 본격화하고 있어 에릭슨, 모토롤러, 지멘스는 각각 1만2,000명, 3,000명, 2,000명의 종업원을 해고할 방침이다.
◇아시아 약진, 유럽 후퇴=스웨덴 에릭슨, 프랑스 알카텔, 네덜란드 필립스 등이 핸드폰 사업매각을 적극 검토하고 있는 반면 한국의 삼성이나 일본 마쓰시타, 소니 등은 오히려 덩치 키우기에 전력하고 있다.
지난해 750만대의 이동전화기를 판매, 세계 10위에도 꼽히지 못한 소니는 최근 시장점유율 2위인 에릭슨(4,300만대 판매)과 이동전화 합작사를 50대 50의 지분으로 설립하기로 합의했다. 두루미와 여우의 식사처럼 격이 안 맞는 이 제휴 발표 이후 업계에선 에릭슨이 핸드폰 사업을 포기, 소니에 넘기기 위한 수순을 밟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확산되고 있다. 마쓰시타와 삼성도 유럽업체와의 제휴 또는 인수를 통한 시장점유율 확대를 적극 모색할 방침으로 알려져 있다.
비즈니스위크는 아시아업체들이 그 동안 내수시장에서 닦은 기반과 3G서비스의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는 2.5세대 GPRS 단말기에 강점을 지니고 있어 올 하반기 시장재편을 주도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김호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