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스트 시큐러티스의 행보가 심상찮다. 단순히 SK㈜에 사내 또는 사외이사 1~2명을 요구하는 수준의 경영참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적대적 M&A나 그린메일의 의도를 갖고 있는 징후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12일 SK㈜ 지분매입 대금과 관련, 낸 정정공시가 단적인 예. 지난 10일 공시에 비해 줄어든 342억원은 이미 SK㈜ 지분매입에 쓰인 것으로 예측된다. 이에 따라 SK㈜는 `적대적 M&A`라는 최악의 상황에 대비, 비상계획(Contingency Plan) 체제에 돌입했다.◇크레스트, 추가지분 매입한 듯= 크레스트의 정정공시에서 사라진 342억원은 아직 공시하지 않은 추가 물량매수 금액으로 보인다.
이 같은 추측은
▲지난 10일 공시 때 총 주식취득금액을 특별한 이유없이 높게 기재했다는 점
▲총 주식취득금액은 줄었으나 매수 주식수량은 그대로라는 점 등에 기인한다. 더욱이 12일 정정공시한 주식매수 세부내역에서 7일 사들인 78만 5,720주의 매입단가가 9,149원에서 9,202원으로 오히려 높아졌다는 점도 의문을 키운다.
증권가에선 크레스트의 1차 매집(8.64%) 금액과 2차매집(3.75%) 금액의 합계가 1,410억원이라며 지분 추가매입설을 제기해 왔다. S증권의 한 애널리스트는 “지난 7일과 8일 SK㈜ 주식 외국인 순매수 348만주중 크레스트는 총 96만여주만 매수했다고 신고했다”면서 “당시 (크레스트)추가 매수분이 더 있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7~8일 342억원이 SK㈜ 주식 매집에 활용됐다면 `플러스 알파`는 242만주(1.9%)가 넘어 크레스트의 SK㈜ 지분율은 14% 이상으로 높아진다. 이 기간의 추가매수분은 각각 14일과 15일까지 신고, 공시해야 한다.
◇SK㈜, M&A상황 따른 비상계획체제로= SK㈜는 크레스트의 지분 매입 이후 처음으로 `적대적M&A`상황을 가정, 비상계획체제에 돌입했다. SK㈜ 관계자는 “크레스트가 계속 지분을 사들이고 있고 모건스탠리 한국지사를 통해 자문도 받고 있다”면서 “M&A로 갈 가능성이 높아져 대비에 나섰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크레스트가 추가 지분매입을 병행하면서 경영참여 요구의 강도를 높여갈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문제는 자사주 매입이나 우호지분 확보를 통한 경영권 방어가 여의치 않다는데 있다. 이 회사 재무팀 관계자는 “은행권이 대출한도를 줄인데다 회사채와 CP 상환도 30~35%는 리볼빙이 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고 IR팀 관계자는 “제이너스(4.87%), 템플턴(2.62%) 등 35~37%에 이르는 외국계 지분 대부분이 지난 주총에서 경영진 선임에 반대한 것도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SK㈜는 국내 기관투자자 등 우호지분 확보와 외국계 지분에 대한 설득작업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홍병문기자, 손철기자 hb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