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비실명채권 절세 수단 각광] 상속ㆍ증여세 면제에 “없어 못산다”

최근 `비실명채권`에 관한 이야기가 연일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국내외 경제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무기명채권 값이 껑충 뛰었다는 이야기는 기본이고 심지어 명동에서는 품귀현상조차 빚고 있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만기 두고 값 치솟아` `사재기 열풍` `조세정의에 정면 도전` `없어서 못판다` 등의 수사가 바로 이 `비실명채권` 앞에 붙는 말이다. 그럼 왜 이렇게 사람들은 경제가 불안할 때마다 `비실명채권`에 관심을 두는 것일까. 바로 채권을 매입하면 자금의 출처가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명 `묻지마 채권`으로도 불린다. 또 상대적으로 낮은 세율이 적용될 뿐 아니라 상속세와 증여세가 면제되기 때문에 절세를 위한 가장 좋은 수단으로 각광 받고 있다. ◇비실명 채권의 종류=지난 97년말 외환위기로 우리나라가 사상 초유의 국가부도위기에 직면하자 정부는 재원마련을 위해 각종 채권을 발행했다. 그러나 채권을 발행하던 98년 상반기부터 하반기까지는 시중 실세금리가 최고 연 18%까지 치솟던 시기여서 5~7%정도의 채권 이자율로는 정부가 의도했던 지하자금을 끌어들이기가 쉽지 않았다. 결국 정부는 98년 7월 고용안정채권을 발행했고 10월에 증권금융채권, 12월에 중소기업구조조정채권을 발행하면서 자금출처조사와 상속세, 증여세 면제 등 파격적인 혜택을 베풀게 된다. 이 3가지 채권은 모두 5년 만기의 채권으로 모두 올 연말에 상환일이 몰려있다. 따라서 부자들의 경우 이제 얼마남지 않은 기간동안 비실명채권을 사들여 안정적인 자산 상속과 증여의 수단을 마련하기 위해 치열한 매입경쟁을 하고 있는 것이다. ◇비실명채권의 혜택= 이 3가지 채권에 대한 정부의 조치는 파격적이다. 먼저 채권을 매입할 때 실명을 확인하지 않는다. 비실명거래를 보장하는 것이다. 따라서 부자들과 일명 사채시장의 `큰손`들은 누구에게도 밝히지 않고 안전하게 자금을 굴릴 수 있는 창구를 마련할 수 있다. 두번째는 자금출처조사를 면제해 주는 것이다. 소득이 전혀 없는 개인이 대형상가 건물을 사들여 임대사업을 하더라도 비실명 채권 상환자금으로 건물을 매입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 더 이상 자금출처를 조사하지 않는다. 세번째는 최고 세율이 50%에 이르는 상속세와 증여세에 대한 면제다. 비실명채권을 소지하고 있는 상속인에 대해서는 그 채권가액에 대해서는 세금을 물리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비실명채권의 이자소득은 금융종합과세 대상이 아닌 분리과세 대상이다. 세율도 15~22%로 상대적으로 낮은 세율이 적용된다. ◇얼마나 절세할 수 있나=비실명채권을 이용하면 얼마만큼의 절세효과를 볼 수 있을까. 올 10월에 15억5,000만원을 증여한다고 가정하고 현금을 사용할 때와 비실명채권을 이용할 때의 경우를 각각 한 번 비교해보자. 올 10월말에 현금으로 15억5,000만원을 증여하고자 한다면 1월부터 10월까지 이자 3,000만원을 합해 총 15억8,000만원을 증여하게 된다. 자진 납부해 세율 10%를 공제한다고 해도 40%의 증여율을 적용받아 약 6억8,000만원의 세금을 내야 한다. 결국 9억원의 돈을 자녀에게 증여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비실명채권을 이용할 경우 세금은 절반으로 줄어든다. 먼저 현재 시장가격이 15억5,000만원 정도로 형성돼있는 액면가 10억원인 증권금융채권(증금채)을 산다. 올 10월 말이 만기인 증금채는 연 6.5%의 이자율을 적용해 만기금액이 13억7,000만원정도가 된다. 여기에 이자에 대한 세금 7,000만원을 빼고 나면 총 13억원을 가질 수 있다. 증여세를 한 푼도 내지 않아도 돼 총 증여금액은 13억원 그대로 남는 것이다. 매입금액(15억5,000만원)과 만기금액(13억7,000만원)의 차액(1억8,000)만원)에 대해서 과세를 하더라도 12억원은 너끈히 챙길 수 있다. 현금으로 증여할 때는 9억원 밖에 증여할 수 없지만 비실명채권을 사서 증여하면 12억원을 자녀에게 남겨줄 수 있다. 무려 3억원의 절세혜택이 있는 것이다. ◇합법적탈세 우려도=시민단체와 각종 사회단체는 비실명채권이 조세정의에 어긋난다며 이미 부여한 특혜를 취소할 것을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현재 약 4조원에 이르는 `묻지마`채권들이 만기를 기다리고 있어 증여세를 기준으로 1조5,000억원 이상의 세금이 허공으로 날아갈 수 있다. 또 비실명채권이라 각종 위조채권들이 시장에 나돌고 있어 채권시장을 어지럽히는 주범이 되고 있다. 또 만기가 되기 전에 매도한다면 혜택을 전혀 받을 수 없는 단점도 있다. 서춘수 조흥은행 PB팀장은 “비실명채권을 직접 거래하는 것은 위험하다”며 “위조 등의 문제를 막기위해 꼭 전문가와 상의해 구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도움말 주신분: 서춘수 조흥은행 PB팀장 <조의준기자 joyjun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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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의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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