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증권 판매직원이 동양보다 신용등급이 높은 STX 회사채 투자를 권유해 상품에 가입했는데 얼마 후 STX가 법정관리에 들어갔습니다. 이건 사기 아닌가요?"(개인투자자 A씨)
동양증권이 현재 법정관리 중인 STX그룹과 웅진그룹 회사채의 투자위험성을 제대로 알리지 않고 상품 가입을 권유했다는 투자자의 민원이 잇따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동양그룹 계열사 회사채처럼 부도 위험을 알고도 투자를 유치해 제 잇속만 챙긴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7일 금융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달 27일부터 이날까지 동양증권에서 판매한 STX 회사채 등 금융상품 민원(중복 포함)은 357건, 웅진에 대한 민원은 102건이 접수됐다.
동양증권 지점 직원들이 투자 위험요인을 제대로 설명해주지 않아 금전적인 피해를 봤다는 호소가 대부분이다.
특히 직접 본인 확인을 거치지 않고 유선전화를 통해 투자를 권유하고 관련 서류를 우편으로 전달하는 등 정상적인 판매절차를 거치지 않은 경우도 많았다.
한 피해자는 "남편 명의로 된 동양증권 종합자산관리계좌(CMA)가 있었는데 직원이 목돈이 유치돼 있는 것을 알고 내게 STX 회사채 투자를 권유했다"며 "나와 유선으로 통화하고 우편으로 서류를 주고받았는데 정작 명의자인 남편한테는 확인전화조차 없이 계약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또 다른 피해자는 "STX의 자금사정이 좋지 못하다는 것을 알았지만 동양보다 신용등급이 높아 안전하다는 직원의 말만 믿고 회사채에 투자했는데 얼마 가지 못해 STX가 법정관리에 들어갔다"며 "STX 채권 투자자도 동양증권 직원의 사기성 판매의 피해자"라고 울분을 토했다.
동양증권이 2011년부터 3년간 판매한 STX 회사채는 2조5,800억원에 이른다. 이 가운데 9,600억원을 동양증권이 인수해 개인투자자에게 판매한 것으로 추산된다. 7월 STX가 법정관리에 들어가기 직전 판매한 회사채만도 450억원에 이른다.
이처럼 동양증권이 부도 위험이 있는 비우량 회사채 판매에 적극적인 것은 우량 회사채보다 수익률이 높기 때문이다. 김익상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동양증권이 다른 증권사에 비해 투기등급 회사채 물량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며 "일반적으로 우량 회사채는 수수료로 1.5~2% 정도를 받는데 동양증권은 비우량 회사채를 팔면서 최소 2% 이상의 수수료를 챙겼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연구원은 "대형 증권사들이 리스크에 따른 평판 하락 우려로 비우량 채권을 판매하지 않는 것과는 대조적"이라고 덧붙였다.
금융감독원은 동양증권의 회사채 불완전판매 검사 범위를 STX와 웅진까지 확대할 뜻을 내비쳤다. 금감원의 한 관계자는 "불완전판매 민원이 금감원에 접수되면 동양증권이 판매한 STXㆍ웅진 회사채의 불완전판매 여부를 살펴보겠다"고 전했다. 금융소비자원은 동양 계열사 회사채 피해와 별도로 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다.
한편 금감원은 이날 검찰에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 수사를 의뢰하기로 결정했다. 김건섭 금감원 부원장은 긴급 브리핑을 통해 "동양증권에 대한 특별검사 과정에서 동양그룹 계열사 간 자금거래와 관련한 대주주의 위법사항이 발견됐다"며 "대주주에 대한 수사 필요성이 제기됨에 따라 현 회장을 검찰에 수사 의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검사 과정에서 상당한 증거자료가 확보되면 검찰에 고발하지만 직접적인 검사 대상이 아닌 경우 검찰의 수사가 필요하면 수사 의뢰를 한다.
김 부원장은 "추가로 대주주 등의 위법사항이 발견되는 대로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할 계획"이라면서 "기업어음(CP) 발행과 관련된 부정행위 여부도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