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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날(8일) 개봉하는'나는 왕이로소이다'(이하 나는 왕) 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이하 바람사)는 모두 사극을 바탕으로 한 코미디 영화다. 사극에 처음 도전하는 차태현이 주연한 '바람사'는 조선 영·정조 시대를 배경으로 얼음 독점권을 차지하려는 좌의정(남경읍)의 뒤통수를 치기 위해 얼음창고(서빙고)에서 얼음을 빼내려는 서자 이덕무(차태현) 일당의 이야기를 담았다. '나는 왕'은 세종대왕 이도가 왕위에 오르기 전인 충녕대군 시절을 배경으로'왕자와 거지' 이야기를 버무려 만든 시대극이다. 주지훈이 1인 2역을 소화한다. 코믹 사극이라는 동일 장르로 8월 극장가에서 맞붙을 두 영화를 SWOT 분석방법으로 들여다봤다.
◇ S(Strength·강점)
'바람사'는 차태현의 첫 사극 도전, 합격점을 받았다 해도 무방하다. 콧수염은 어색 하지 않고, 차태현 특유의 익살스런 표정과 말투가 극과 제대로 버무려졌다. '바람사'의 강점은 이덕무(차태현)가 불러모은 9인의 캐릭터에서도 살아 숨쉰다. 가는 귀가 먹은 폭탄 제조 전문가 대현을 연기한 신정근과 양 갈래 머리의 독특한 모습으로 도굴 전문가 석창으로 활약하는 고창석 등 인물들이 저마다 지닌 독특한 캐릭터에서 극의 잔재미가 더해진다.'나는 왕'은 진지한 상황에서 불쑥 던지는 대사와 반전 유머로 웃음을 만들어낸다. 상반기 흥행작 '건축학 개론'에 납득이(조정석)이가 있다면 '나는 왕'에는 세자빈(이미도)이 있다. 출연 시간에 비해 살아있는 캐릭터로 영화에서 확실한 족적을 남긴다.
◇ W(Weakness·약점)
두 영화의 공통적인 약점은 뒷심 부족. '바람사'는 각각의 인물들이 덕무(차태현)와 한 편이 되어가는 과정은 제법 그럴 듯 하게 그려냈지만 정작 가장 관객을 조이게 해야 할 서빙고 얼음 털기 과정은 밋밋하게 진행된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화려한 기술에 이미 익숙해진 일부 관객에게는 얼음 CG(컴퓨터그래픽) 또한 만족스럽지 않을 수 있다. '나는 왕'은 창의적인 부분에 있어서 '바람사'보다는 한 수 아래다. 양녕대군이 폐위되고 불과 3개월 만에 충녕대군이 왕위에 오르는 과정을 영화적 상상력으로 이끌어가고자 한 시도는 좋았으나 딱 거기까지다. 성군 세종의 이면을 들여다 보는 시도는 좋았으나 그 모든 것이 성군이 되기 위한 과정이었다는 것이 극의 결론이다. 오로지 책에 파묻혀 살던 충녕이 자신과 닮은 노비 덕칠의 몸으로 저잣거리의 비참한 민생을 목도하고, 마침내 진정한 성군으로 거듭난다는 이야기는 상투적이다.
◇ O(Opportunity·기회)
'바람사'는 얼음이라는 독특한 소재가 계절적 특수와 맞물려 호재를 불러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바람사'의 영화 홍보를 담당하는 한 관계자는"'조선 시대 얼음을 훔치는 이야기'라는 것 자체가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할 것 같다"고 내다봤다.'나는 왕'은 마약 파문 이후 군 생활로 3년 여의 공백기간을 가진 주지훈의 복귀작이다. 이에 더해 첫 코미디 장르에 도전하는 주지훈이 어떻게 제대로 망가지며 코믹 연기를 펼쳐 나갈지에 대한 기대감이 관객을 극장으로 불러모을 전망이다.
◇ T(Threat·위협)
"'도둑들'과 '다크나이트라이즈'의 여세가 여전히 걱정이 되죠."'나는 왕'의 홍보를 담당하고 있는 한 관계자의 말이다. 같은 날 개봉하는 두 영화는 서로를 위협의 대상으로 느끼기 보다 현재 승승장구하고 있는 여타 작품에 좀 더 신경을 쓰고 있는 분위기다.'바람사'는 총 제작비가 약 85억 원으로 250만 관객을 동원해야 손익분기점을 넘어선다. '나는 왕'의 총 제작비는 약 70억 원으로 BEP(손익분기점)는 230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