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목적 승합차에 언제까지 액화석유가스(LPG) 엔진을 장착하도록 허용하는냐 하는 문제로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이를 보니 정부의 자동차 정책에 더 큰 불신감을 갖게 된다. 자동차는 주택에 버금가는 생활 필수품이 됐다.정부당국자의 눈에는 1,090만여대의 자동차를 굴리는 국민이 봉으로 보이는 모양이다. 당국은 자동차 내수시장을 활성화 한다는 명분으로 필요한 자동차 도로나 시설의 확충은 뒷전에 놓고 자동차부터 쏟아져 나오게 장려했다. 그리고는 고유가·고율 세금·고율 주차비·고액 통행료의 고공비행을 멈추지 않았다. 자동차 생활에 가혹한 운행 조건이 아닐 수 없다.
LPG 승합차의 경우도 그렇다. 당초 정부 당국은 4월과 6월에 자동차 회사들이 새로 개발한 LPG 승합차를 형식승인 해주고 몇달이 못돼 느닷없이 이를 없던 것으로 치려하자 문제는 불거졌다. 정부 관료들이 직무유기를 하고 갈지자로 일관성 없는 정책을 폈다는 말은 그래서 나왔다. 최근 LPG 승합차를 산 소비자라면 황당하기 짝이 없는 노릇이다.
정부도 자동차 회사도 사전에 방침을 예고 하거나 고지한 일이 전혀 없다. 자동차 회사 차장급 판촉사원도 줄을 서서 자사가 만든 LPG 승합차를 사들이는 것을 보면 국민을 우롱한 쪽은 분명히 정부 당국이다.
세금과 유류비가 싸게 드는 LPG 승합차에 고객이 몰리는 것은 당연하다. 고객이 몰린다고 정찰제를 무시하고 대뜸 가격을 올리려는 직무유기형 탁상행정·세금징수 만능주의가 문제다.
정부는 관료행정의 직무유기책임은 묻지도 않고 인위적 연료선택 규제를 폐지하고 무조건 저렴한 연료를 사용하는 자동차는 없앤다는 「자동차 LPG 상용규제 개선방안」(10월 26일 산업자원부 주최 공청회자료)을 내놓고 있다. 자동차관리법 시행규칙 시행을 내년 연말까지 연기한 후 LPG 값을 크게 올려 유류가 고액평준화로 세금을 징수할 의도가 엿보인다.
유류값의 불균형을 바로잡아 가겠다는 것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최소한 5년 이상 탈 것을 계산하고 자동차를 사는 국민들을 생각하라는 말이다. 휘발유 가격은 하향조정하고 LPG 값은 소폭 상향조정해 자동차를 타는 국민을 어느 정도 달래는 정책을 써보라. 자동차 소비자 운동을 크게 벌여 정책 당국의 일방적 상향평준화 기도에 제동을 걸어야 할 시점이 온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