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재무부의 ‘민관합동투자프로그램(PPIP)’은 민간 투자자가 적극적으로 부실자산 인수에 나설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제공, 정부와 민간이 투자 리스크를 분담하는 구조가 뼈대를 이루고 있다.
공적자금이 넉넉지 않은 재무부로서는 민간을 가급적 많이 참여시켜야 할 입장이다. 이를 위한 유인책으로 미국 정부는 민간 투자자에게 싼 이자로 자금을 대출해주기로 했다. 투자자에 대한 대출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와 연방예금보험공사(FDIC)가 맡게 된다.
전문가들은 은행의 부실자산 청소는 이번 금융위기의 진원지를 직접 도려내는 근본적 해법에 가깝다고 평가하고 있다.
은행이 부실자산을 안고 가는 한 추가 손실 우려로 대출을 꺼리기 때문에 신용경색을 해소할 수 없다. 이번 대책은 은행의 부실자산을 떨어낼 뿐 아니라 새로운 자금을 은행에 공급하는 효과도 낳게 된다. 은행으로서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보는 셈이다.
그렇다 해도 이번 대책이 신용위기를 한방에 가라앉히는 만병통치약은 되지 못한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성패는 정부가 부실자산 인수에 참여할 민간 자본을 얼마나 유치하느냐에 달려 있다.
최근 팽배해 있는 ‘반 월가’ 정서로 민간 자본이 금융 부실자산 인수에 참여할 경우 연봉 제한조치 등 새로운 규제를 받을 수 있고 심지어 투자이익을 많이 낸다면 원래의 계약조건까지 변경할지 모른다는 우려도 할 수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세계 최대 채권투자기관인 핌코 등 대형 투자자들이 부실자산 인수프로그램에 참여할 의사를 밝히고 있지만 재무부의 최대 난관은 (반 월가 분위기가 형성된) 정치적 환경”이라고 지적했다.
부실자산 인수가격에 대한 평가도 논란거리다.
가격이 높으면 투자자들이 참여를 기피하고 반대로 낮으면 은행들이 팔려고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돈에 밝은 투자기관들은 이익이 난다면 적극 참여하겠지만 신용위기가 더 깊어져 손해를 볼 것 같다고 판단한다면 사정은 달라진다. 투자자들은 아직은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이번에 주된 인수 대상인 모기지담보부증권(MBS)은 집값이 더 하락한다면 투자 손실이 불가피하다. 따라서 미 경기에 대한 장래를 투자자들이 어떻게 보느냐가 민간 자본 유치의 관건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부실자산 정리 규모도 다소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재무부는 PPIP를 통한 부실자산 인수규모를 5,000억달러로 시작해 1조달러까지 늘릴 방침이지만 금융권 부실자산은 최소 2조달러로 추정되고 있다. 재무부 구상이 순조롭게 진행돼 1조달러까지 늘린다고 해도 금융권 부실자산의 절반은 그대로 남는 셈이다.
특히 재무부가 보유한 구제금융 자금이 이번 투입분으로 1,000억달러도 채 남지 못해 추가 실탄 확보가 절실하지만 AIG 보너스 파문으로 월가 구제에 대한 의회의 부정적 시각이 확산되고 있어 구제금융 자금을 확대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