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부도강풍 금융시스템 “동맥경화증”/자금시장 부문별 긴급점검

◎은행·증시·해외부문 모두 “꽁꽁”/정책당국 시장안정 의지 시급/삼미 협력사 추가지원 난색 “연쇄부도 위기”/증시침체… 사채발행·유상증자 절반이하로/은행 해외차입·대기업 해외증권발행도 급감한보사태에 삼미부도가 이어지면서 전반적인 금융시스템이 악순환의 수렁으로 빠지고 있다는 우려가 팽배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거품경기가 빠지면서 우성 유원등 건설관련 재벌들이 넘어지고 여기에 물린 은행들이 취약해진 상황에서 한보사태라는 강풍으로 금융권이 위기에 몰려 국내외 자금줄이 한계상황을 보이고 있다. 당연히 증시나 회사채시장등 직접금융시장도 수렁에 빠져 기업자금난도 최악의 상황이다. 자금시장과 금융시스템의 실태와 전망, 대응 방안을 종합진단한다.<편집자주> ▷간접금융시장◁ 한보와 삼미사태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은행들이 대출에 몸을 사리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수조원대의 부실여신을 떠안게된 은행들이 담보없이 신용으로 중소기업에 대출을 해줄리 만무하며 그나마 담보에 대한 평가도 유례없이 보수적으로 실시, 적정 담보액에 터무니없이 낮은 금액을 대출해주고 있다. 담보라도 있는 기업은 그나마 다행이다. 담보도 없고 규모도 영세한 중소기업은 아예 은행 문턱도 넘보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이번 삼미부도이후 관련 협력업체나 하청업체에 대한 은행들의 태도도 지난 한보사태의 경우와는 판이해졌다. 근본적으로 추가지원은 불가라는 입장을 삼미부도직후부터 공개적으로 밝히고 있다. 따라서 삼미관련 협력업체나 하청업체의 연쇄부도 사태는 불을 보듯 뻔하다. ▷금융권 해외자금 조달◁ 한보사태 직후 한국계 금융기관들은 대외신인도가 급락하면서 해외로부터의 자금조달에 극심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세계적인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사가 한보관련 4개 대형시중은행의 장기신용등급을 한단계씩 하향조정한데 이어 S&P사도 한국계 기관이 일본에서 엔화표시로 발행한 사무라이채권에 대한 투자에 신중을 기하도록 주의를 촉구했다. 이에 따라 한보사태이후 한국계 기관들은 일본에서의 단기차입금리가 이전에 비해 경우에 따라서는 0.3%포인트 이상 오른 조건으로 차입을 해야 했으며 삼미부도이후에는 금리불문하고 차입 자체가 어려운 실정이다. 더구나 일본 금융기관들이 3월말 결산인 관계로 BIS자기자본비율을 낮추기 위해 대출금을 회수하고 있어 신규대출은 어림도 없고 만기도래분도 갚아야 할 입장에 처해있다. 최근 후지은행이 국내 모은행에 2천5백만달러의 대출연장을 거부하는 사태도 빚어졌다. ▷채권시장◁ 채권시장에서는 요즘 웬만한 중견기업들도 지급보증처를 확보하지 못해 회사채 발행에 제한을 받고 있다. 4월 예정으로있는 회사채 발행 신청 규모는 2조5천5백23억원(2백19개사)에 그쳐 3월의 3조8천9백78억원보다 1조3천4백55억원이 줄어들었다. 이는 지난해 9월의 발행 신청물량 2조2천61억6천만원(1백65개사)에 이어 6개월만에 가장 작은 규모다. 증권 전문가들은 회사채 발행 신청 규모가 이처럼 급감한 데 대해 『최근 대형 그룹사의 연쇄 부도로 금융기관이 회사채 지급보증을 기피, 기업들이 회사채 발행 계획을 포기하고 있기 때문이다』고 분석했다. 자금시장 경색으로 회사채 유통수익률마저 13%대에 육박, 자금조달비용 부담이 크게 늘어난 점도 회사채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 노력을 줄이는 요인으로 꼽힌다. 실제로 건설사나 기업인지도가 낮은 중견·중소기업들은 인수기관이 없어 무보증 회사채 발행은 아예 엄두도 못내는 상황이며 보증채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 역시 은행등의 보증 기피로 발행 계획을 포기하거나 연기하고 있다. ▷주식시장◁ 유상증자 등 주식시장을 통한 자금 조달기회도 최근의 주가폭락으로 크게 위축되고 있다. 상장회사 협의회에 따르면 올들어 이달말까지 기업들이 유상증자를 실시했거나 실시예정인 규모는 ▲1월 7개사, 1천3백5억원 ▲2월 7개사, 1천1백72억원 ▲3월 1개사, 3백72억원 등 총 15개사 2천8백49억원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기업들이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을 조달한 규모가 1백46개사 3조6천5백15억원에 달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같은 규모는 지난해의 한달평균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특히 3월 유상증자 물량인 3백72억원은 월간 유상증자 물량으로 사상최저치에 달해 최근 주식시장의 침체로 기업들이 유상증자를 통한 직접자금 조달을 사실상 포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올들어 유상증자를 실시하기로 했던 15개 기업중 D사, S사 등 일부 업체는 유상증자에 따른 실권 발생 우려감으로 무상증자를 병행 실시했으며, 이 마저도 여의치 못한 일부 기업들은 유상증자 실시 계획 자체를 보류해 놓고 있는 형편이다. ▷기업 해외증권 발행◁ 기업들의 해외증권 발행을 통한 외화자금 조달 역시 외국인 투자가들의 외면으로 크게 위축됐다. 증권업협회가 2·4분기 해외증권 발행 신청규모를 집계한 결과 10개사 3억5천4백50만달러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1·4분기 해외증권 발행 신청 규모인 10개사 7억2천5백10만달러에 비해 3억7천60만달러가 감소한 것이며 해외증권 발행 물량을 조정하기 시작한 지난 94년이후 3년만에 가장 작은 규모다. 증권 전문가들은 이와 관련, 『원화가치 하락으로 해외자금 조달에 따른 금융비용 부담이 커진데다 대기업들의 잇단 부도사태로 국내 기업에 대한 국제 신인도가 낮아져 기업들이 해외증권 발행을 통한 외화자금 조달을 포기하거나 조달시기를 늦추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실제로 1·4분기 해외증권을 발행키로 했던 10개사 가운데 현재까지 해외증권 발행을 통해 외화자금을 조달한 기업은 기아자동차와 메디슨 2개사뿐이며 나머지 8개사는 발행 시기를 2·4분기로 연기했다. 게다가 삼성물산, 현대정공 등 지난해 4·4분기 발행 예정이던 5개사(5억2천5백만달러)가 1·4분기 발행 포기에 이어 다시 2·4분기로 발행 계획을 늦췄다. 증권 전문가들은 『2·4분기 해외증권 발행 예정물량이 지난해 4·4분기이후 이연된 물량까지 합해 무려 13억9천7백만달러에 달한다』며 『가뜩이나 물량 과다로 덤핑이 불가피한데 국내 굴지의 기업들이 부도로 쓰러지는 상황이어서 해외증권 발행을 통한 외화자금 조달은 그야말로 사면초가』라고 말했다. ▷전망과 대책◁ 경기침체속의 대형부도라는 유례없는 악재를 만난 우리 경제는 당분간 그 영향권에서 벗어나기 힘들 전망이다. 경기회복 자체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대형 금융사고에 따른 금융시스템의 동맥경화증은 모든 경제주체들의 향후 경제에 대한 전망이 희망적으로 바뀌기 전에는 사실상 해소되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나 금융당국의 금융시스템의 안정을 위한 특단의 의지표출이 지금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게 금융가의 지적이다. 우선 금융시스템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자금시장의 안정에 정부가 나서서 관심과 책임의식을 강조해야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런점에서 최근 정책고위당국자들의 삼미부도에 이은 언급, 예컨대 「기업들의 내부 문제에 관여치 않는다」 「시장기능에 맡기겠다」는 식의 발언은 원론으론 옳더라도 급박한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뿐이라는 지적이다. 표류하고 있는 정책당국이 가능한 빠른 시일내에 중심을 잡고 모든 경제주체들에 사태수습을 호소하는 방법 외에는 마땅한 대안이 없어 보인다.<김형기·김상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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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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