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30억 이머징 마켓이 뜬다] <1> '이슬람 금융의 허브' 말레이시아

'규제 빗장' 풀고 제조·금융 앞세워 선진국 도약 '부푼꿈'<br>은행·보험사 내년까지 9개 설립 외국인지분 70%까지 허용 방침<br> 말레이계 우대정책도 점차 완화<br>영어 통용되고 천연자원도 풍부 "동남아·중동진출 교두보 활용을"


말레이시아는 다인종·다종교 사회를 통합함으로써 선진국가로 도약하는 것을 최고의 목표로 삼고 있다. 쿠알라룸푸르 중심가 곳곳에는 '하나의 유산, 하나의 운명 말 레이시아(Satu warisan, satu matlamat Malaysia)'라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자동차와 모터사이클의 질주가 말레이시아의 도약을 상징하는 듯하다.


SetSectionName(); [30억 이머징 마켓이 뜬다] '이슬람 금융의 허브' 말레이시아 '규제 빗장' 풀고 제조·금융 앞세워 선진국 도약 '부푼꿈'은행·보험사 내년까지 9개 설립 외국인지분 70%까지 허용 방침 말레이계 우대정책도 점차 완화영어 통용되고 천연자원도 풍부 "동남아·중동진출 교두보 활용을" 쿠알라룸푸르=최수문기자 chsm@sed.co.kr ImageView('','GisaImgNum_1','default','260'); 말레이시아는 다인종·다종교 사회를 통합함으로써 선진국가로 도약하는 것을 최고의 목표로 삼고 있다. 쿠알라룸푸르 중심가 곳곳에는 '하나의 유산, 하나의 운명 말 레이시아(Satu warisan, satu matlamat Malaysia)'라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자동차와 모터사이클의 질주가 말레이시아의 도약을 상징하는 듯하다. ImageView('','GisaImgNum_2','default','260'); ImageView('','GisaImgNum_3','default','260');

지난해 12월28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의 금융가인 술탄 이스마일 거리. 금융가라서 후덥지근한 날씨에도 와이셔츠에 넥타이를 맨 사람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선진국의 금융가와 다른 점을 찾기 어려웠다. 김성오 우리투자증권 말레이시아 사무소장은 "수도인 쿠알라룸푸르만 놓고 보면 말레이시아는 이머징마켓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며 "사람들의 의식수준이나 사회제도 면에서는 한국에도 절대로 밀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슬람 금융 중심지로 부상=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말레이시아도 수출 및 제조업 생산 감소 등으로 고전했다. 하지만 말레이시아는 이슬람 금융을 포함한 금융산업 육성을 통해 활로를 찾았다. '비전 2020'의 이름으로 오는 2020년 선진국 도약을 꿈꾸는 말레이시아는 제조업과 금융업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고 있다. 말레이시아는 종교적ㆍ지리적 이유에서 이슬람 금융에 강점을 갖고 있다. 이슬람 국가로서 아시아와 중동을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도 이슬람 금융을 활용하기 위해 말레이시아에 공을 들이고 있다. 다토 유슬리 말레이시아 증권거래소(Bursa Malaysia) 이사장은 "삼성전자 등 한국의 대표 기업들은 이슬람 지역에도 잘 알려져 있다"며 "브랜드 가치를 바탕으로 이슬람 자본을 활용하면 더 큰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적극적인 금융시장 개방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2011년까지 최대 9개의 은행 및 보험사 설립을 허용하는 한편 이슬람 은행, 투자은행, 보험회사 등에 대한 외국인 지분을 최대 49%에서 70%까지 늘릴 수 있도록 허용할 방침이다. ◇동남아 및 중동 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말레이시아는 동남아시아나 중동으로 진출할 때 교두보 역할을 할 수 있다. 인구가 2,800만명으로 시장 규모는 그리 크지 않지만 이슬람 국가인데다 다양한 민족들이 한데 어울려 살고 있다. 말레이시아는 ▦말레이계 61% ▦중국계 22% ▦인도계 7% 등의 비율로 구성돼 있다. 중국계는 경제력을 장악하고 있다는 점에서, 인도계는 광범위한 노동계층을 구성하고 있다는 점에서 훌륭한 '테스트마켓'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지리적으로도 동남아시아의 중심에 자리잡고 있어 '허브(Hub)'로 떠오르는 데 유리하다. 더욱이 영어가 통용됨에 따라 다국적 기업의 진출도 활발하다. 국내 기업 중에서는 삼성전자와 일부 건설업체들이 진출해 있다. 원유•천연가스•고무•주석 등 각종 천연자원을 넉넉하게 보유하고 있어 한국과 상호보완적인 무역구조를 갖고 있다. 이종호 KOTRA 쿠알라룸푸르 코리아비즈니스센터장은 "동남아와 인도 진출을 위한 교두보로서 말레이시아를 활용할 만하다"고 말했다. ◇말레이계 우대정책도 완화 추세=말레이시아에 진출하려는 외국기업 입장에서 가장 큰 애로사항 중 하나는 '부미푸트라'라는 이름의 말레이계 우대정책이다. 현재 말레이시아 경제는 대부분 중국계 화교가 장악하고 있다. 화교는 말레이시아 상권의 80% 이상을 손에 쥐고 있다. 부미푸트라는 상대적으로 가난한 말레이계를 위한 배려다. 부미푸트라에 따르면 사업지분의 30% 이상을 말레이계에게 배정해야 한다. 하지만 이는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제약하는 걸림돌이다. 하지만 말레이시아 정부도 지난해 4월부터 사회ㆍ관광ㆍ교통ㆍ컴퓨터 등 27개 서비스 분야에서는 부미푸트라 의무조항을 폐지했다. 아울러 말레이시아는 높은 인건비를 감안해 정보기술(IT) 등과 같은 첨단 제조업체와 금융기업 유치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김성오 우리투자증권 사무소장은 "안정적인 금융 시스템과 사업 인프라를 갖고 있다는 게 말레이시아의 강점"이라고 말했다. 금융시장 정비는 국내 기업들에도 새로운 기회를 제공한다. 지난해 8월 한국거래소가 세계 최초의 장내 이슬람 상품매매 시스템인 말레이시아 증권거래소 'BCH시스템'을 개발 완료한 것과 관련, 양국의 경제협력에 한 획을 그은 것으로 평가했다. 세계 이슬람채권의 40% 차지 ■ 말레이시아의 이슬람 금융 현황. 이슬람 율법 적용 유연 투자 유치 걸림돌 없애 이슬람 금융의 95%가 말레이시아 자금 추정 지난해 11월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이의 최대 국영기업 두바이월드의 모라토리엄(지불유예) 선언에도 불구하고 말레이시아의 이슬람 금융시장은 꿋꿋한 모습을 보였다. 같은 이슬람 금융권이라고 해도 말레이시아 금융시장의 안정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현재 말레이시아에서 운용되는 이슬람 금융의 95%는 중동 자금이 아닌 말레이시아 자금으로 추정된다. 중동계 자금이 그리 많지 않다 보니 중동 금융시장이 크게 흔들리더라도 말레이시아가 큰 충격을 받지 않는 이유다. 이슬람 금융이라고 해도 중동과 말레이시아는 다르다. 중동이 이슬람 율법 준수에 철저한 반면 말레이시아는 상당한 융통성을 발휘한다. 그래서 투자 대상을 선택하거나 투자자금을 유치할 때도 큰 걸림돌이 없다. 이는 물론 말레이시아로 중동 지역 자금이 대거 유입되는 것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말레이시아는 이런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다각적인 방안을 동원하고 있다. 보다 융통성을 발휘하면서도 중동계 자금을 많이 유치해야 말레이시아 금융시장 및 산업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말레이시아가 진정한 이슬람 금융의 허브로 도약하려면 반드시 잡아야 할 '두 마리 토끼'인 셈이다. 지난해 전세계에서 발행된 이슬람채권(수쿠크) 중에서 말레이시아가 차지하는 비율이 40%를 웃돌 정도로 나날이 위상이 강화되고 있다. 한국정부도 국내 기업들이 수쿠크를 발행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고 있다. 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 과정에서 선진국 금융회사들이 자금지원을 꺼리자 말레이시아는 새로운 자금조달 시장으로 떠오르기도 했다. 현재 우리투자증권 등 상당수 국내 금융회사들도 말레이시아 이슬람 금융시장을 활용하기 위해 현지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다. ◇이슬람 금융=이슬람 율법을 준수하는 금융행위를 보통 '이슬람 금융'이라고 한다. '이자를 주고받는 거래'를 도박으로 간주해 금지한다. 그래서 금리 대신 실물자산의 매매나 이용을 통해 얻는 이윤을 배당ㆍ임대료 명목으로 투자자에게 지급한다. 이슬람 금융에는 수쿠크(채권), 타카풀(보험), 은행, 주식펀드 등 여러 가지가 있다. 이슬람 금융시장은 빠른 속도로 확대되는 추세다. 지난 2000년 이후 자산 규모가 매년 15~20%씩 증가하고 있으며 올해는 총 1조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다시 뛰는 이머징마켓] 기획·연재기사 전체보기 혼자 웃는 김대리~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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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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