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헌재(李憲宰) 금융감독위원장은 26일 『금융구조조정을 위한 공적자금 투입으로 한국의 총 공공부채는 99년말에 국내총생산(GDP)의 35% 수준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李 위원장은 이날 일본 도쿄에서 열린 아시아개발은행(ADB) 워크숍에 참석해 「금융구조조정의 과제와 교훈」을 주제로 한 강연에서 『한국정부는 불건전 금융기관을 폐쇄하고 은행의 자본을 확충하기 위해 막대한 공적자금을 투입해야만 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李 위원장은 『각 은행은 앞으로 스스로의 능력으로 증자에 성공함으로써 시장에서 경쟁력을 인정받아야 할 것』이라며 『정부는 일시적으로 국유화했던 정부의은행지분을 처분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비록 동아시아 국가들이 많은 유사성을 갖고 있다 하더라도 개별국가마다 고유한 거시경제적 특성이 있다』 며 『국제통화기금(IMF)은 동아시아 경제위기 국가의 구조조정 프로그램을 마련할때 해당 국가의 구조적 특수성을 보다 정교하게 감안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李 위원장은 『긴축적 통화정책과 같은 IMF의 내핍정책이 금융위기로 인해 생긴경기침체를 심화시킴으로써 경제회복을 더욱 어렵게 만든 측면이 있지만 한편으로는 우리경제에 긍정적인 효과도 있었다』고 말했다.
李 위원장은 『IMF의 긴축정책이 없었더라면 그동안 미뤄져왔던 구조개혁을 강도높게 추진하는데 필요한 국민적 합의를 도출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이런 면에서 IMF 구제금융은 우리에게 쓰디쓴 양약이었다』고 비유했다.
그는 또 『동아시아 경제위기의 기본적인 책임은 동아시아 국가들에 있으나 국제금융계에도 일부 책임이 있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라며 국제금융계의 공동책임론을 내세웠다.
李 위원장은 『국제신용평가기관과 자본수출국의 금융감독당국은 해당 금융기관의 대출행위를 보다 주의깊게 감시하고 과다한 신용공여에 대해서는 적기에 경고함으로써 사태가 심각하게 악화되는 것을 방지하는 것이 옳았다』고 지적했다.【최창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