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환율 급등 업계 비상/“환차손늘어 경영주름살” 한숨만

◎엔저가속… 자동차·조선 등 일에 가격경쟁력 밀려/종합상사도 수출개선 효과없이 되레 “뒷걸음질”국내수출업계에 환율비상이 걸렸다. 원화의 대미달러환율이 크게 오르긴 했으나 엔화환율이 더 가파르게 상승, 일본상품에 비해 가격경쟁력은 떨어지고 달러고로 원자재수입및 해외차입금에 대한 이자부담(환차손)은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종합상사와 자동차, 철강 등 주력업종관계자들은 『환율상승이 이제는 기업들에 별다른 호재가 되지 못하고 있다』며 『특히 수입물량이 많은 중공업분야의 업체들은 환차손에 따른 경영주름살이 엄청나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예전같으면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고 원화값이 떨어지면 우리 수출상품의 가격이 저렴해 수출물량과 금액이 늘어나고 수입액은 예년수준을 유지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올들어 환율급등은 정반대 내지 무역수지 개선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들어 조선의 경우 원화환율급등이 경영수지개선과 신조선수주에 다소 도움이 되고 있으나 일본업체들이 제시하는 오퍼가격이 우리업체보다 10%이상 싸 일본업체에 물량을 빼앗기는 현상이 자주 벌어지고 있다. 자동차와 가전업체들도 마찬가지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한국 수출의 견인차인 종합상사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지난 2월말 현재 종합상사의 수출실적을 보면 환율급 등이 별다른 약발이 없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 기간중 삼성물산 현대종합상사 등 7대 종합상사의 수출은 84억6천7백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4% 뒷걸음질쳤으며 앞으로도 뚜렷한 호전기미를 보이지 않을 것 같다고 종합상사 관계자들은 걱정한다. 수출업체들은 내년도 수출단가와 물량을 협상하는 과정에서 바이어들이 환율상승을 이유로 수출단가 인하를 요구하고 나서 이를 예년수준으로 조정하느라 애를 먹고 있다. 원화의 가격하락으로 환차손도 눈덩이처럼 늘어나 기업들의 자금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설비의 대부분을 일본 등 외국에서 수입하는 자동차 철강 전자 반도체업체를 비롯 외국빚이 많은 대형제조업체들이 그만큼 외국에 갚아야 할 빚이 늘어만 가고 있는 것이다. 오태현 현대자동차 수출기획팀장은 『95년 7월을 기준으로 올들어 미달러화에 대한 엔화환율의 절하폭은 36%인 반면 원화는 절반에 못미치는 14%에 그쳤다』며 『일본업체들이 엔저를 기회로 미국·유럽은 물론 동남아 등지에서 가격경쟁력을 급속히 확보해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 시장에서 도요타, 혼다 등 일본 메이커는 올 2월까지 40만1천대를 팔아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1.8%가 증가했다. 반면 미국 빅3는 76만4천대를 팔아 7.2%가 감소했으며 현대, 기아자동차 등 한국메이커는 1만9천대 판매에 그쳐 18%나 감소했다. 장석산 현대자동차 미주팀장은 『달러당 1백엔대에서 가격경쟁력을 갖춘 일본 메이커들이 환율이 1백20엔대까지 하락하면서 발생한 여유자금력을 고객 리베이트 부여, 광고비 등에 쏟아부으면서 시장을 급격히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들은 이같은 환율급등에 대응, 수출을 늘리고 환차손을 최소화하는 등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종합상사의 경우 환율전망치를 수립, 각 사업부에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하는 한편 주간 월간 자금조달계획을 마련, 필요한 만큼의 달러화를 미리 보유하는데 주력하고 있으며 결제기간도 최대한 줄이는데 힘쓰고 있다. 수출네고에서부터 로컬수출결제기간을 현재 18일에서 8∼10일로 크게 단축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수입의 경우 기존 외상수입(유전스)은 줄이는 대신 현금결제와 TT(전신환 송금)를 늘려 환차손을 줄이는 데 안간힘을 쓰고 있다.<김희중·이의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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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의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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