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하귀를 비워둔 채로 우변에서 급전이 벌어지고 있다. 흑11은 최철한의 강수. 보통은 가에 미는 것이지만 최철한은 여기서 때이른 몸싸움을 하자고 나선 것이다. 백12로 물러선 것은 최선. 참고도의 백1로 젖히고 싶지만 흑2로 맞받아칠 때 응수가 심히 곤란하다. 백3에서 7로 두는 것이 최강의 자세이긴 한데 흑10까지 되고 보면 백의 다음 행마가 도무지 마땅치가 않다. 이창호는 14, 16으로 탄력을 붙여 놓고서 18로 방향을 틀었다. 흑19는 공방의 급소. 이 장면에서 흑의 제일감은 19로 20의 자리에 미는 것이지만 그것이면 백이 19의 자리를 얼른 점령할 것이다. 백20, 22로 밀어붙일 때 일단 23까지 굴복해 주고 24를 기다려 다시 공방의 급소인 25를 둔 데까지는 최철한이 미리 읽은 그대로였다. “일단 흑이 돌의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흑11이라는 신수를 생각해낸 것이 주효했다. 최종적인 결과는 아직 예측할 수 없지만 최철한이 기선을 제압한 인상이다.” 기성전 해설위원인 김인9단이 흑25까지의 진행을 보고 한 말이었다. /노승일ㆍ바둑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