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우려되는 것은 겨울철 전력대란이다. 월성 1호기 발전용량은 국내 전체 발전량의 0.8%인 68만kW에 이른다. 가뜩이나 잇단 고장과 불량부품 문제로 100만kW급 영광원전 3기가 멈춰 선 마당이라 단 1kW라도 아쉬운 형편이다. 영광원전이 모두 재가동되지 않으면 겨울 피크기인 1월 초에는 예비전력이 70만kW나 모자라는 초유의 사태에 직면하게 된다. 특단의 대책이 없는 한 대규모 정전사태인 블랙아웃이 발생할 위험이 큰 것이다.
설계수명이 끝난 원전의 가동연장 결정은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할 문제다. 그러나 당국은 여태껏 뭘 하느라 수명종료가 코앞으로 다가왔는데도 심사를 마치지 못하고 꾸물거리고 있지 납득할 수가 없다. 한국수력원자력은 2009년 12월 월성 1호기의 연장가동을 신청했다. 이후 35개월째를 맞은 현재까지도 심사가 진행되고 있으니 이런 느림보가 없다. 신청 18개월 내 결정하도록 규정된 관련법령은 뭣 하러 있는지 알 수가 없다. 질의회신과 서류보완 같은 절차를 감안하면 실제 심사기한은 아직도 6개월이나 남았다며 당국은 한없이 느긋하다.
2007년 수명이 10년 연장된 고리 1호기는 당시 심사하는 데 17개월이 걸렸다. 월성 1호기 연장심사에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태를 반영한 새 기준이 추가됐다고 하지만 그렇더라도 그야말로 부지하세월이다. 5개월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로부터 수명연장에 문제가 없다는 합격판정을 받은 것은 또 무엇이란 말인가.
월성 1호기의 존폐 결정이 늦어지는 사이 억측만 부풀려졌다. 대선 결과가 나올 때까지 결정하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까지 있다. 문재인ㆍ안철수 대선 후보는 수명연장에 반대하고 있고 박근혜 후보는 유보적 입장이기 때문이다. 대선 후보들이 대안 없이 원전에 제동만 거는 것도 문제지만 심사당국이 원전 수명연장 결정에 정치적 저울질을 하는 게 사실이라면 그건 더 큰 문제다. 월성 1호기 연장 여부 결정은 오로지 순수한 기술적 관점에서 이뤄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