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책과 세상] 인간과 컴퓨터가 창조하는 과정은 "비슷"

■창조의 순간(마거릿 A.보든 지음, 21세기북스 펴냄)


'Emmy'라는 컴퓨터 프로그램이 있다. 이 프로그램은 작곡을 한다. 그것도 바흐나 비발디, 모차르트, 스트라빈스키 같은 작곡가들 중에 원하는 음악풍대로 작곡을 할 수 있다. 'ARRON'이라는 컴퓨터 프로그램은 펜 드로잉을 한다. 컴퓨터가 그린 그림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은 AARON의 펜 드로잉을 보고 감탄을 금치 못한다. AARON의 작품들은 영국 소재 테이트갤러리를 비롯한 전 세계 미술관 곳곳에 전시돼 있다. 요즘 컴퓨터는 스스로 수학공식을 만들거나 작곡을 하고 소설을 쓰는 등 인공지능을 통해 활약한다. 그렇다고 컴퓨터를 '창의적' 이라고 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21세기는 '창의성'의 시대라고 불린다. 하지만 그 '창의성'이 언제, 어떻게 탄생하는지는 아무도 확답하기 어렵다. '창조의 순간'은 컴퓨터 인공지능 프로그램의 창조 과정을 통해 인간의 창조 과정이 어떻게 이루어지는 지 설명한 책이다. 인지과학과 계산주의 심리학 분야의 권위자 마거릿 A.보든은 "컴퓨터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과정이 인간이 무엇인가를 창조하는 과정과 매우 비슷하다"며 컴퓨터 인공지능 프로그램 창조의 프로세스를 규명해 새로움을 탄생시키는 기술을 보여준다. 책은 창조가 익숙한 것끼리의 조합이 아니라 사고방식 자체의 변형이며 새로운 생각의 탄생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생각의 공간' 자체를 변화시키는 과정은 뭘까. 여기서 책은 '계산주의 심리학'의 관점에서 창조를 본다. 계산주의 심리학에 따르면 창조는 신비로운 영역이 아니고 익숙한 것들을 낯선 방식으로 조합함으로써 생기는 단순한 것도 아니다. 결국 창조는 인간의 보편적 사고 과정을 통해서는 도저히 생겨날 수 없을 것 같은 고정관념을 뛰어넘는 참신한 아이디어가 탄생하는 일이다. 인공지능 프로그램은 주어진 과제를 탐색한 후에 여러가지 제약과 규칙을 찾아 적용해 답을 만들고 이를 검증한다. 인간의 창조 과정도 마찬가지다. 인간은 이미 존재하는 지식을 파악하고 여기에 여러가지 규칙을 적용함으로써 새로운 것을 만들어낸다. 이것이 바로 창조의 과정이다. 인공지능은 주어진 과제를 탐색한 후에 직관을 배제한 상태에서 모든 해결 규칙을 검토한다. 그리고 그 규칙을 적용하며 새로운 것을 만들어낸다. 인간의 창조 방식도 기존 사고 틀에서 출발해 무엇인가 새로운 계기나 접근법, 제약, 조건 등을 통해 생각을 변형시키고 아이디어를 만들어낸다. 책은 컴퓨터와 창의성 사이에는 앞으로도 무수히 많은 흥미로운 관계가 생길 것이라고 말한다. 따라서 컴퓨터의 진화와 발맞춰 인간 '창조의 순간'에 대한 비밀도 하나씩 베일을 벗을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2만 5,000원.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