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HSBC, 외환銀 인수 포기] 인수전 전망과 파장

2强3中 예상…금융시장 지각변동 예고<br>국민은행 "인수땐 자산규모 1위" 가장 적극적<br>산업·기업은행도 잠재 후보…농협은 "기회되면" <br>금융시장 불안 영향 재매각까진 시간걸릴듯


국내 금융산업이 대대적인 지각변동을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산업은행ㆍ기업은행 등의 민영화를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HSBC는 외환은행 인수를 전격적으로 포기했다. 현재 외국계 금융회사들이 전반적인 자금부족으로 국내 금융회사를 인수하기 어려운 상황이라 외환은행 등의 인수는 국내 금융회사들을 중심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다. ◇국민은행이 가장 적극적=강정원 국민은행장은 19일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협의회에 참석한 뒤 “외환은행에 관심이 있으며 곧바로 검토 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오는 29일 지주사로 전환하는 국민은행은 외환은행을 인수하면 자산규모를 299조3,000억원(6월 말 현재)에서 약 402조원으로 늘릴 수 있다. 신한금융(304조원), 우리금융(318조원)을 제치고 국내 금융회사 중 자산규모 1위로 올라서게 된다. 국민은행은 지난 2006년 외환은행 인수 계약까지 체결했다가 문턱에서 물러섰던 만큼 이번 기회를 놓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외환은행을 인수하면 취약점으로 지적되던 해외사업 부문을 보강할 수 있게 된다. 하나금융그룹도 과거 외환은행 인수를 두번이나 추진했다가 실패한 만큼 인수경쟁에 뛰어들 가능성이 크다. 하나금융그룹은 “최근의 금융시장 환경을 고려해 외환은행 인수에 관심이 없다”고 밝혔지만 국내 상위권 금융그룹으로 도약하려면 외환은행 등 다른 은행 인수가 필수적이다. 하나금융의 자산 규모는 161조원으로 인수합병(M&A)에 성공하지 못할 경우 총 자산이 135조원인 기업은행 등과 함께 중위권으로 밀려날 수 있다. ◇산업ㆍ기업은행 등도 잠재적 후보로 거론=산업은행과 기업은행도 잠재적 인수 후보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외환은행 인수전이 본격화되면 ‘국민ㆍ하나’와 ‘기업ㆍ산업ㆍ농협’ 등 ‘2강 3중’ 체제를 이룰 것으로 예상한다. 민영화를 앞둔 산업은행으로서는 소매금융 기반을 넓혀야 한다는 점에서 외환은행이 매력적인 인수 대상이다. 산업은행의 한 관계자는 “소매금융 확대를 위한 방안으로 생각하고 있지만 외환은행 말고도 후보는 많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나타냈다. 기업은행도 금융지주사 전환을 위해 지금보다 자산규모를 키워야 한다. 외환은행을 인수하면 대기업 금융사업 등을 추가해 기업금융 부문을 강화할 수 있다. 아울러 부족한 점포 수와 해외사업 확대, 비(非)은행 부문 강화 등을 해결할 수 있다. 이밖에 농협도 기회만 되면 참여 여부를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구용욱 대우증권 연구원은 “M&A 방식으로 매각이 진행되면 국민은행 등이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겠지만 산업은행 등 다른 은행들로 인수 후보가 확대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금융시장 상황 및 매각가격이 관건=외환은행 재매각은 결국 금융시장 상황과 매각가격이 가장 큰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금융시장이 불안한 탓에 국내 은행들도 무리하게 M&A를 추진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HSBC가 외환은행의 지분 51%를 60억1,800만달러(약 6조원)에 사려고 했는데 지금 기준으로는 지나치게 높은 가격이었다”며 “최근 미국발(發) 금융위기 여파로 국내 은행들의 주가가 많이 떨어졌지만 외환은행만 M&A 재료에 힘입어 상대적으로 덜 떨어졌다는 게 부담요인”이라고 언급했다. 전문가들은 외환은행 재매각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박정현 한화증권 연구원은 “국내 은행 위주로 M&A가 진행되더라도 유동성 상황이 그렇게 좋지 않고 글로벌 자산가치가 떨어지는 상황에서 외환은행에 높은 가격을 제시하기는 어려운 만큼 가격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최정욱 대신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신용위기가 심각한 가운데 국내에서는 통화옵션 관련 손실 문제와 자산건전성 우려 등으로 어려움에 처한 국내 은행들이 공격적으로 나설 분위기가 아니다”며 “인수 구도가 구체화되는 데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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