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부정 파문으로 파산한 미국 에너지 그룹 엔론의 케네스 레이 전 회장(64ㆍ사진)이 회사가 침몰하는 상황에서 7,000만달러 상당의 주식을 회사에 되파는 등 도덕적 해이가 극에 달했던 것으로 1일(현지시간) 드러났다. 이날 휴스턴 법정에서 속개된 재판에서 검찰은 레이가 당시 직원들에게는 자사주를 사도록 강요하면서 정작 본인은 암암리에 보유 주식을 대거 처분했다고 비난했다. 레이는 은행에서 주식 담보로 빌린 1억달러의 부담 때문에 주가가 떨어지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보유 자사주를 처분해야 했다고 변명했다. 그러나 검찰은 당시 레이가 몇백만달러의 은행 잔고가 있었으며 스키 휴양지 애스펜을 비롯해 3군데 부동산도 보유하고 있었다면서 레이의 주장이 허구라고 반박했다. 검찰은 또 레이가 부인의 생일축하 파티를 위해 20만달러에 요트를 빌린 것을 추궁하고 부인과 스키를 즐기면서 잠깐 호텔을 이용하는데 무려 몇천달러를 쓴 신용카드 대금 청구서를 공개하기도 했다. 레이는 이에 대해 “뭔가 특별한 방법으로 축하해주고 싶었다”며 “내 생일 때는 1만2,000달러밖에 쓰지 않았다”고 말해 법정을 경악시키기도 했다. 레이는 회사를 그만두기 전까지 3년간 무려 2억2,000만달러의 연봉을 받았으나 회사가 파산하기 1주일 전에 100만달러를 회사에서 빌리기도 했다. 미주리의 침례교 목사 아들로 태어나 가난한 어린시절을 보낸 레이는 “차츰 ‘아메리칸 드림’에 맛들이면서 그걸 되돌리는 것이 어려웠다”고 말했다. 그는 유죄가 입증될 경우 20년형에 처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