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FRB, 경기침체 잡으려다 인플레 놓칠라" 우려

FRB "급한 불부터 끄자" 경기방어로 선회<br>달러약세 가속·유가상승등 부작용 불가피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10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직설적인 표현을 동원하며 금리인하 의지를 밝힌 것은 당면한 경기침체를 저지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하지만 경기침체를 저지하느라 인플레이션 억제라는 중앙은행 본연의 임무를 당분간 포기해야 하고 달러약세를 방치하는 부작용도 예상된다. 페드워처(FRB 분석가)들은 지난해 12월 미국 실업률이 전달보다 0.3%포인트 급등한 사실이 버냉키 의장으로 하여금 미국 경제가 경기침체의 문턱에 이를 정도로 심각한 상황에 빠졌음을 인정케 했다고 해석했다. 비공식 기관이지만 미국 에너지 정보국(EIA)은 지난해 4ㆍ4분기에 마이너스 성장을 해 미국 경제가 이미 침체기에 진입했을 가능성을 제기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월가에서는 FRB가 오는 30일로 예정된 정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현행 4.25%인 기준금리를 3.75%로 0.5%포인트 인하할 것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물가상승 압력을 감안하면 0.25%포인트 인하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보다는 FRB가 좀 더 과감한 카드를 껴낼 것이라는 분석이 훨씬 우세하다. 버냉키 의장은 연설에서 “미국 경제가 침체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경기하강 압력이 고조되고 있다”며 “경기둔화에 대처하기 위해 추가적으로 실질적인 조치를 취할 준비가 돼 있다”며 경기 방어에 나설 것임을 분명히 했다. 리처드 호이 뉴욕멜론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FRB가 미 경제 전망이 변했다는 분명한 신호를 보여줬다”고 분석했다. 일부 페드워처들은 30일로 예정된 FOMC 이전에 FRB가 금리인하를 단행할 가능성까지 배제하지 않고 있다. 제임스 글래스먼 JP모건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0.5%포인트 인하는 확실히 예상되고 관건은 언제 단행하느냐에 있다”고 전망했다. 실제로 버냉키 의장은 연설에서 금리인하 시기에 대해 직접 언급하지 않았으나 “경제상황을 굉장히 예의 주시하고 있으며 경제와 금융시장 안정을 위협하는 부정적 효과에 대처하기 위해 단호하고도 시의 적절하게 행동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좀 더 나아가 금리인하가 1월에 이어 추가로 이어질 가능성도 예상되고 있다. 민간 경제분석기관인 글로벌 인사이트의 크리스 프로빈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FRB가 경기를 진작하기 위해 좀 더 공격적으로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며 “1월 0.5%포인트 인하에 이어 3월과 4월에도 0.25%포인트씩 금리인하를 단행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와 관련, 골드만삭스는 지난 9일 미 경제가 침체국면에 접어들었다고 평가하면서 올 3ㆍ4분기까지 기준금리가 2.5%로 내려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골드만삭스는 지난해 11월까지만 해도 내년 여름까지 3%대의 금리인하를 예상했었다. 그러나 FRB의 금리인하 기조는 미국의 경기 방어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달러 하락을 가속화시켜 국제유가 상승과 인플레 압력을 부채질하고 대미 수출국에도 적지않은 부담을 줄 것으로 보인다. 또 금리동결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유럽 등 다른 나라 중앙은행의 연쇄적 금리인하를 촉발시킬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해 글로벌 인플레 압력은 더욱 고조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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