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농민시위에 참가했다 9일만에 숨진 고(故) 전용철씨 사인이 `전도(轉到ㆍ넘어짐)에 의한 뇌의 대측충격손상(충격의 반대편에 상처가 생기는 것)으로 밝혀지면서 그가 왜 넘어졌는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전도 원인이 규명되면 그의 죽음과 시위 간 연관성 여부도 자연스레 밝혀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전씨 사체를 부검한 서중석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동부분소장은 1일 "전씨가 사망에 이르게 한 충격이 발생하려면 상당히 큰 힘이 머리에 가해져야 한다"며 "본인이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갑자기 뒤로 쓰러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전도'란 말은 쉽게 풀이하면 사람이 넘어지는 것을 뜻하지만 법의학적으로는 정지된 물체에 움직이는 신체가 부딪혀 외력(外力)이 발생하는 것으로 움직이는 물체에 신체가 부딪히는 것과는 구별된다.
서 분소장은 "같은 충격력이라도 사람에 따라 머리에 받는 상처가 다르다"고 전제하고 "경험상 전씨와 같은 상태가 되려면 힘이 빠져 `스르륵' 쓰러졌다기보다 순간적으로 정신을 잃고 뒤로 `쿵'하고 넘어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즉 전씨와 같이 두개골 골절과 뇌출혈이 일어나려면 갑자기 누가 밀어 넘어뜨려 머리를 딱딱한 바닥에 부딪히거나 만취한 사람이 몸을 가누지 못하고 계단에서 뒤로굴러 떨어질 정도의 충격이 있어야 한다는 것.
스스로 앞이나 옆으로 `푹' 쓰러진 게 아니라 어떤 외력이 가해져 자신의 의지에 반해 완충과정 없이 순식간에 뒤로 넘어져 바닥이나 벽에 강하게 부딪혀야 생길수 있는 부상이라는 얘기다.
서 분소장 말대로라면 전씨의 `전도' 원인은 ▲시위 과정에서 경찰이 갑자기 밀쳐 뒤로 넘어졌거나 ▲정면을 가격당한 뒤 순간적으로 정신을 잃고 뒤로 쓰러졌을경우 ▲시위대열에 있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밀려 넘어진 경우 등을 추정할 수 있다.
서 분소장은 "전씨가 넘어질 때 버틸 힘이나 의식이 있었다면 쓰러지더라도 뇌출혈ㆍ두개골 손상을 입을 정도의 충격은 없었을 것"이라며 "전도 당시 정신을 잃었거나 저항하지 못할 만큼 예상치 못한 방향에서 강한 힘을 받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경찰은 전씨가 시위 뒤 버스를 타고 귀향한 15일 밤부터 보령아산병원에 입원한17일 오후까지 전씨가 넘어졌다는 진술이나 증거를 아직 찾지 못하고 있다.
대측충격손상이 둔기로 때렸을 때도 일어난다는 주장에 대해 서 분소장은 "그럴수도 있지만 그렇게 되려면 둔기에 의한 아주 센 충격이 있어야 한다. 이 경우 두개골에 지금보다 큰 상처가 남아야 하는데 그런 상처는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씨가 집회현장에서 반듯이 누워 있는 사진이 있고 귀향 뒤 넘어진 것을 본 목격자가 나타나지 않고 있는 점 등에 비춰볼 때 그가 시위 과정에서 `전도'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나온다.
따라서 이 사건과 관련한 진정을 접수한 국가인권위원회와 진상조사에 나선 경찰은 전씨의 전도 이유와 경위를 철저히 규명해야 사인을 둘러싼 의혹이 풀릴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