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주도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가운데 처리 과정에 동참하지 않은 의원들이 향후 공천 불이익을 받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미 FTA 찬성이 한나라당의 당론은 아니었지만 의원총회 등에서 강경파 쪽에 힘이 실리면서 '사실상의 당론'으로 작용해왔다.
당내에서는 공천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인식하는 분위기다. 23일 한나라당의 한 관계자는 "내년 총선에서 공천경쟁이 치열해질텐데 암묵적으로나마 영향이 있지 않겠냐"고 말했다. 당 지도부 일각에서는 공천 불이익 대상자 목록을 챙기고 있다는 소리도 들린다.
일단 일순위 대상으로 거론되는 인물은 한나라당에서 유일하게 반대표를 던진 황영철 의원이다. 강원도 횡성을 지역구로 하는 황 의원은 지난 2008년 총선 당시 축산업의 피해를 우려하며 한미 FTA 반대를 표명한 바 있다. 황 의원은 현재 한나라당에서 원내 대변인직을 맡고 있어 한미 FTA 처리를 이끌어야 할 원내 지도부가 오히려 반대를 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기권 의사를 표시한 11명의 의원들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합의 처리를 요구하며 단식농성을 지속해온 정태근 의원을 비롯해 김재경ㆍ임해규ㆍ김성식ㆍ현기환ㆍ여상규ㆍ김광림ㆍ김성태ㆍ성윤환ㆍ신성범ㆍ정해걸 의원은 찬반 대신 기권표를 던졌다.
단독 처리에 반대해 아예 표결 과정에 참여하지 않은 협상파 의원들도 있다. 합의 처리를 주장하며 '6인 협의체'를 이끌어온 홍정욱 의원은 예산 관련 의원총회 도중 한미 FTA 비준안 처리가 결정되자 본회의장으로 가지 않았다. 권영진 의원도 본회의장에는 들어갔으나 최루탄이 터지는 등 점차 분위기가 격해지자 자리를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투표 불참 의원 등에 대한 공천 불이익이 부당하다는 의견도 있다. 황우여 원내대표는 "(한나라당 의원들이 한미 FTA 반대나 기권 의사를 밝혀도) 괜찮다"며 "의원들 개개인은 하나의 헌법기관이니 있는 그대로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기현 대변인도 "한미 FTA를 처리하자는 것을 (당론으로) 한 것이지 찬성을 구속력 가지는 당론으로 정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