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를 전후로 특정 언론사에 대한 광고중단 운동을 주도한 네티즌에 대해 “광고주 업무에 심각한 지장을 가져오는 등 법이 허용하는 한도를 넘었다”며 이례적으로 유죄를 선고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단독부(부장 이림)는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언론소비자주권 국민캠페인’이라는 카페를 개설, 광고중단 운동을 주도한 혐의(업무방해)로 기소된 카페 개설자 이모(41)씨에 대해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19일 밝혔다.
카페 게시판에 광고주 리스트를 게재한 운영진 양모씨는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나머지 운영진 및 회원들은 벌금 100만~300만원을 선고 받았다.
재판부는 “이 씨 등의 행동은 정당한 소비자 운동을 넘어 사전 모의를 통한 ‘세의 과시’ 또는 집단 괴롭힘의 양상으로까지 전개됐다”며 “이러한 행위로 피해신문사의 광고계약이 상당수 취소됐고, 광고주들도 제 때 업무를 처리하지 못하는 등 정상 업무에 지장이 컸다”고 판단했다. 목적이나 수단ㆍ방법ㆍ절차를 종합할 때 이 정도의 압박은 소비자 운동의 한계를 벗어난 것이고, 따라서 업무방해가 성립한다는 취지다. 대상 업체 리스트의 조직적 선정과 배포, 항의전화나 홈페이지에 대한 과다접속, 항의 글 도배 행위 등 당시 네티즌들의 행위는 광고주의 권리를 침해할 정도로 진행됐기 때문에 법으로 허용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렇다고 특정 언론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소비자 운동 자체를 부정한 것은 아니라고 재판부는 강조했다. 재판부는 “편집 정책의 변경을 목적으로 불매운동을 동원하는 것은 가능하며 광고를 게시하지 말도록 홍보하거나 소비자를 상대로 불매를 설득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판시했다. 한편 선고가 끝나고 일부 피고인과 방청객들은 “사법부는 죽었다” “어이없는 판결이다”라고 고함치며 판결에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