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연특집] 여성폐암의 35% 남편흡연 탓

「폐암환자의 검게 썩어버린 폐. 얼굴 전체에 암세포가 퍼져 눈 한쪽을 도려낸 환자의 얼굴, 버거씨병으로 발가락 두개가 떨어져 나간 발 그리고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남성…」지난달 10일 방송된 「KBS 1TV 일요스페셜-술 담배 스트레스에 관한 첨단보고서」의 제1편 간접흡연, 그 동반자살의 실체에서 방영된 충격적인 화면들이었다. 이를 본 시청자들은 『한마디로 끔찍하다』면서 『이 프로를 본 사람들은 담배 피우라고 권해도 도망가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로 금연운동에 큰 효과가 있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특히 이 프로그램을 본 일부 직장인들은 다음날 아침 출근과 동시에 「사내 흡연 절대금지」 등의 문구를 붙여놓는 등의 자연스럽게 금연운동이 벌어질 정도로 파급효과가 컸다는 평가다. 이처럼 간접흡연이 직접흡연 못지 않게 해롭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간접흡연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는 고사하고 그 심각성을 인식 조차 못하고 있다. 미국서는 매년 4만7,500명이 간접흡연에 의한 질병으로 사망하고 간접흡연을 발암성 위험물질로 규정하고 있을 정도. 미국 환경위해평가국(OEHHA)이 작성한 간접흡연 보고서에 따르면 간접흡연은 폐암과 동맥경화·심장질환 등의 직접적 원인이 됨은 물론 태아의 성장에도 영향을 미치며 유아(幼兒)의 돌연사까지 유발하는 등 직접흡연과 다름없는 피해가 발생한다고 강조했다. 게다가 임산부가 간접흡연에 지속적으로 노출될 경우 태아의 특정 면역세포가 유전변이를 일으켜 혈액암에 걸릴 위험이 높아진다는 새로운 보고서까지 발표됐다. 미국 버몬트대 의대 소아과 전문의 배리 피네트박사는 의학전문지「네이처 메디신」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 『임신 중 지속적으로 간접흡연한 여성이 낳은 아기는 면역반응을 일으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T세포가 유전변이 될 위험이 정상아에 비해 3배나 높았다』고 발표했다. 피네트박사는 T세포 유전자변이는 소아백혈병 림프종 등 혈액암과 연관이 있는데 직접흡연이 아니라 간접흡연에 의해서도 이같은 태아의 유전자변이가 일어난다는 사실이 밝혀지기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연세대 보건대학원 지선하교수팀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여성 폐암의 35%는 남편의 흡연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흡연 남편을 둔 여성은 그렇지 않은 여성에 비해 폐암에 걸릴 확률이 86%가 높았다고 지교수는 지적했다. 지교수팀은 최근 3년간 전국 공무원 및 사립학교 교직원 가운데 40세 이상 부부는 26만5,052쌍의 폐암 발생률을 분석했다. 그 결과 흡연 남편을 둔 여성의 경우 208명이 폐암에 걸린데 비해 그렇지 않은 여성은 112명만 폐암에 걸린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흡연 남편을 둔 부인의 폐암발생률은 동거기간이 길수록 높아져 30년 이상 동거한 여성의 경우 폐암에 걸린 사람이 그렇지 않은 여성 보다 2.7배나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남편의 흡연이 부인의 폐암발생에 끼친 위험도를 계산해본 결과 부인 폐암발생의 35% 이상은 남편의 흡연에서 비롯된 것으로 드러났다. 지교수는 『국내 여성 2,277명이 폐암으로 사망한 지난 96년의 경우 남편이 담배를 피우지 않았더라면 800명 가량의 여성 폐암사망이 예방될 수 있었다』면서 『가정내 흡연은 이처럼 부인은 물론이고 자녀들에게까지 건강에 매우 나쁜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충격적인 것은 최근 한국금연운동협의회가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초등학교 2학년 남학생 6명 가운데 1명은 「어른이 되면 담배를 피우겠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진 것. 이들 초등학생의 60% 이상이 아버지의 담배 심부름을 해본 적이 있다고 응답, 가정내 흡연이 일반화 되고 있슴을 보여줬다. 비흡연자도 담배연기가 자욱한 공간에 30분만 있으면 비타민C와 같은 항산화비타민의 혈중농도가 급격히 감소할 뿐더러 동맥경화를 유발하는 저밀도 지단백콜레스테롤(LDL)의 양이 증가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핀란드 핼싱키대학병원 티모 쿠모시박사에 의해 경고된 바도 있다. 전문가들은 간접흡연의 경우 자산의 의사와 무관하게 남이 피운 담배연기에 의해 억울한 피해를 입게되므로 사람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곳에서 담배를 피우는 것은 타인을 해치는 범죄행위나 다름없다고 말한다. 따라서 이들은 『간접흡연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무엇보다 흡연에 대해 까닭없이 너그러운 우리사회 인식부터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아울러 원치 않는 간접흡연에 노출되지 않도록 비흡연자를 보호하는 제도적 장치들의 강화를 촉구하고 있다. 예를들어 현행 국민건강보호법에 규정된 공공장소에서의 금연규정과 대형건물에 흡연실을 의무적으로 설치하는 규정 등 보호장치를 더욱 확대하고 동시에 엄격히 법집행을 강행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금연운동단체 관계자들은 IMF로 인해 흡연자가 다시 늘어나고 금연운동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 줄어드는 것을 안타까워 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가정내 흡연이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간접흡연의 피해를 직접 끼치는 어리석은 일이란 사실을 다시한번 강조하고 싶다』면서 『흡연과 간접흡연의 해악을 알리는 교육 프로그램이 우리사회 곳곳에서 이뤄지도록 국민건강증진기금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신정섭기자】 협찬:UDS금연초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