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옥상서 접안시설까지… 국토 최남단 속살 찰칵

■ 네이버 거리뷰 '이어도' 촬영 현장 가보니<br>4시간 바닷길 달려 기지 도착… 주변엔 중국 어선 조업 한창<br>지도DB팀 구석구석 촬영 "독도때 감동 다시 밀려와"<br>이르면 6월 지도 서비스


옛 제주사람들이 이상향으로 그렸다는 전설의 섬, 이어도. 이제는 분쟁지역으로 바뀐 이어도를 사이버 지도에 담기 위한 작업에 기자가 동행했다.

지난 7일 오전 제주 서귀포항. 국립해양조사원의 이어도 전용 탐사선 해양누리호가 뱃고동을 울리며 출발했다. 배는 파도를 가르며 망망대해로 나갔고, 이따금 지나치던 유조선과 화물선은 점점 시야에서 사라졌다. 끝을 알 수 없는 바닷길을 4시간가량 달리자 저 멀리 바다 한가운데에 주황색 철골 구조물이 희미하게 눈에 들어왔다. 국토 최남단 이어도 해양과학기지가 모습을 드러낸 순간이었다.


이어도는 마라도 서남쪽 149㎞ 해상에 위치한 수중암초다. 길이 약 1.8㎞, 면적 37만㎡에 달하지만 최고봉이 수심 4.6m 아래에 잠겨 있다. 파도가 칠 때만 모습을 드러낸다고 해서 ‘신비의 섬’으로 불렸다. 해양누리호 관계자는 “파도가 10m 이상 되면 밀물과 썰물 사이로 이어도가 보인다는 전설이 내려오는데 그 정도 파도면 살아서 돌아가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바다 한가운데에서 극한의 파도와 바람에 항상 노출돼 있어 시설물 유지 보수가 가장 어렵다”고 말했다.

이날 해양누리호에는 이어도 기지 보수를 위한 국립해양조사원 인력 외에 NHN 직원 3명이 기자와 함께 동승했다. ‘거리뷰’ 촬영을 위해서다. 거리뷰는 거리 사진을 360도 카메라로 일일이 촬영한 뒤 인터넷 지도에서 마치 현장을 보는 것처럼 제공하는 서비스다. 실제 거리의 지형과 지물을 있는 그대로 파악할 수 있어 포털 지도 서비스의 차세대 격전지로 꼽힌다. NHN이 국내 포털 최초로 이어도 촬영에 나선 것이다.


기지 꼭대기에 걸린 태극기가 눈에 또렷하게 들어올 만큼 이어도에 접근하자 예상 외의 불청객이 일행을 맞았다. 오성홍기를 단 채 이어도를 에워싸듯 조업 중인 중국어선이었다. 김태헌 국립해양조사원 주무관은 “평균 수심이 50m인 이어도 주변은 어류가 모이는 황금어장이어서 중국어선이 조업을 위해 수시로 드나든다”며 “감시 카메라와 무인 감지센서 등으로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있지만 최근 중국의 영유권 주장 이후 중국어선의 출현이 부쩍 늘었다”고 설명했다.

관련기사



배가 기지에 머무를 수 있는 시간은 3시간. 촬영팀은 어안렌즈를 장착한 전용 카메라와 헬리캠(무인항공카메라)을 메고 서둘러 기지에 올랐다. 촬영은 5층에 위치한 옥상 헬기장에서 시작해 1층 접안시설까지 내려갔다. 촬영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독도에서 지리산까지 전국 구석구석을 다니며 노하우를 쌓았기 때문이다.

이경욱 NHN 지도데이터베이스팀 팀장은 “울릉도와 독도를 촬영할 때도 감격스러웠지만 국토 최남단인 이어도를 네티즌들에게 보여드릴 수 있어 감회가 새롭다”며 “군사지역인 탓에 촬영이 금지된 백령도와 연평도도 기회가 되면 꼭 도전해보고 싶다”는 소감을 전했다.

촬영이 막바지에 접어들 무렵 서쪽에서 굉음을 내고 프로펠러 비행기가 나타났다. 중국어선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중국 해경의 정찰기였다. 정찰기는 다섯 차례나 원을 그리며 기지 상공을 저공으로 비행한 뒤 구름 속으로 사라졌다.

수중암초였던 이어도에 사람이 발을 디딘 것은 불과 10년 전인 지난 2003년 6월이었다. 당시 정부는 212억원의 예산을 들여 이어도 해양과학기지를 완공했다. 해발 36m에 위치한 기지는 기상, 해상, 환경관측장비 등을 통해 각종 정보를 수집한 뒤 무궁화위성으로 해양연구원과 기상청에 실시간으로 전송한다. 지금은 1년에 보름가량 인력이 머무르지만 이르면 올해부터 연구원을 배치해 유인기지로 운영할 계획이다.

이날 담은 이어도 거리뷰는 이르면 다음달 네이버 지도에서 만나게 된다. NHN은 연내에 흑산도 부근에 위치한 또 다른 해양과학기지인 ‘가거초’도 거리뷰 서비스에 추가할 방침이다. 이승진 NHN 홍보팀 차장은 “독도와 달리 이어도는 일반인들이 쉽게 접근할 수 없어 그 동안 거리뷰 서비스를 추가해달라는 민원이 꾸준히 제기돼왔다”며 “앞으로도 차별화된 콘텐츠와 편의성을 앞세워 네이버 지도의 경쟁력을 키워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지성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