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토종캐릭터 적극 보호를

2000년대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미국이나 일본산 캐릭터가 우리나라의 캐릭터 상품시장을 완전히 점령하고 있었다. 국내업체는 미키마우스ㆍ마징가Z 등 외국 캐릭터를 이용하기 위해 막대한 로열티를 지급했고 국내의 캐릭터시장은 외국의 라이선서들에 의해 좌지우지됐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국내 캐릭터시장에 토종 캐릭터 붐이 일면서 캐릭터시장의 판도가 완전히 바뀌었다. 현재는 토종 캐릭터가 당당하게 외국산 캐릭터와 경쟁하고 있으며 대표적인 토종 캐릭터만도 마시마로ㆍ뿌까ㆍ홀맨ㆍ졸라맨 등 무려 100여개를 헤아릴 수 있을 정도다. 수년째 캐릭터 선호도 1위를 차지한 마시마로의 경우 국내 캐릭터로는 최초로 1,200억원 상당의 매출을 올렸고 일본ㆍ타이완ㆍ타이 등지에 캐릭터 라이선스를 수출, 한국 캐릭터를 해외에 알리는 대표적인 사례가 되고 있다. 이처럼 한국의 캐릭터산업은 막대한 성장잠재력을 갖고 있지만 수많은 위조상품의 불법적인 유통에 의해 발목이 잡히고 있다. 위조품으로 인해 더이상 성장하지 못하고 주저앉는 기업들도 속출하고 있다. 실무에서는 진품을 3만큼 팔았다면 그중 1은 위조품이라고 인정하고 있을 정도다. 이제 막 싹을 틔우려는 국내 캐릭터시장이 경쟁관계에 있는 미국ㆍ일본 등 외국 캐릭터에 의해서가 아니라 위조상품에 의해 고사하고 있다. 특히 국내 캐릭터시장의 경우 진품과 위조품이 가격 및 품질에서 큰 차이가 없는 경우가 많다. 또 제품을 구입하려는 소비자는 자신이 좋아하는 캐릭터 상품이기 때문에 구입하는 것이지 이를 제조한 생산자가 누구인지 따져보고 상품을 구입하는 것이 아니므로 진품과 위조품의 시장혼동이 발생하게 된다. 국내 캐릭터산업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이 같은 위조상품의 불법적인 유통을 최대한 방지해야 한다. 현재 캐릭터 보호와 관련한 법령으로는 저작권, 상표법, 의장법 및 부정경쟁방지법 등을 들 수 있다. 상표법ㆍ의장법은 특허청에 소정의 절차를 거쳐 등록을 해야 권리가 발생하고 출원만으로는 아무런 권리보호를 받을 수 없다. 출원부터 등록까지 1년 이상이 소요되며 상품군별로 지정해 출원해야 하기 대문에 출원비용 또한 만만치 않다. 이에 비해 국내 캐릭터는 라이프 사이클이 1~2년 정도로 짧고 캐릭터 관련 업체들이 아직 영세해 캐릭터사업을 진행하는 동안 상표나 의장이 등록되지 않아 권리보호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 영세업체가 비용이나 절차상의 문제로 출원을 꺼리는 경우도 다반사다. 결국 상표법 및 의장법에 의한 보호는 미등록기간 동안 보호 공백상태를 야기하고 국내 캐릭터의 수명이 단기간인 점을 고려한다면 그 보호를 기대하기 어렵다. 따라서 무방식주의를 채택해 창작한 때로부터 창작물에 대한 저작권의 보호를 받게 되는 저작권법은 캐릭터 보호에 있어 매우 절대적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저작권법은 친고죄로 돼 있어 저작권자가 수사기관에 직접 피해사실을 명시해 처벌해달라는 고소장을 접수해야 수사가 진행된다. 피고소인을 특정하고 피고소인의 침해행위를 명시해야 하는데 은밀한 위조상품의 제조 및 유통단계를 저작권자가 파악해 고소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국내 캐릭터산업이 성장하면서 외국, 특히 중국으로부터 국내 캐릭터 위조상품 수입이 급증하고 있지만 이 같은 이유로 위조품 반입을 막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위조품 유통을 막기 위해서는 캐릭터의 형상과 명칭에 대한 상표 및 의장등록에 대해 우선심사를 통해 등록까지의 소요기간을 단축해야 하고 전자출원의 활성화를 통해 비용을 감축해야 한다. 또한 저작권법을 친고죄로 규정하고 있어 캐릭터 보호에 많은 문제점을 낳고 있는 점은 비친고죄 또는 반의사불벌죄로 규정, 법적 보호를 완비해야 한다. 캐릭터산업이 갖는 중요성을 고려한다면 이러한 개정방안도 충분히 타당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제 발아한 국내 캐릭터산업이 세계 속에서 지속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보호법령의 완비 아래 캐릭터의 저작권자 및 상품화권자를 비롯한 소비자 모두가 국내 캐릭터를 보호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또 수사기관은 인력 확충과 정보수집 확대를 통해 캐릭터 위조상품의 제조ㆍ유통자를 철저히 가려내어 그 유통을 근절해야 할 것이다. <정성원(이정법률사무소 변호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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