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동십자각] 국립현대미술관의 독립성

“우리 미술관은 지하철역에서 3~4㎞나 떨어진 고립무원의 입지조건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는 일반 은행과 비교해 과천지점 서울대공원 출장소가 대고객 서비스를 통해 광화문지점과 같은 여신고를 올리라는 것과 다를 바 없을 것입니다.” 최근 행정자치부가 대국민 서비스 강화를 명분으로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을 책임운영기관 지정대상으로 발표함에 따라 미술관 직원들과 미술계가 반발하고 나섰다. 미술관 직원들은 ‘국립현대미술관 책임운영기관 반대대책위원회’를 결성, 반대입장을 표명한 데 이어 각계에 호소문을 보냈다. 또한 한국전업미술가협회와 한국미술협회ㆍ한국화랑협회ㆍ한국미술평론가협회 등이 잇따라 성명을 발표했다. 반대대책위원회는 “미술관이 수익성, 경영의 효율성을 강조하는 책임운영기관으로 전환될 경우 공공성 확보나 소외계층ㆍ지방으로의 문화확대 정책들은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의 입장료는 25세 이상 성인이 700원, 기획전이 열리면 2,000원이다. 2004년 예산 213억원에 입장료 수입예상은 3억10만원인 국립현대미술관이 돈벌이에 내몰리면 정작 전시와 연구, 작품 수집과 보존, 사회교육 기능 등 본연의 임무가 파행될 것이라는 항변이다. 미술계도 순수미술 창작 지원을 위축시키고 양질의 기획전시를 어렵게 할 것이란 우려가 높다. 미술관은 그 나라 사람들의 독특한 정신구조를 이해하는 데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사람들은 다른 나라에 관광을 가면 박물관이나 미술관에 관심을 많이 보인다. 대부분의 나라는 국립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을 시내 중심지에 두고 접근성을 높여 관광객 유치에 힘쓴다. 그래서 과천 국립현대미술관도 도심이전을 위해 노력해왔다. 그리고 이런 노력이 성과를 거둬 도심이전 후 자율성을 준다면 효율성 향상은 물론 수익성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문화부는 행자부와 연말까지 법적 명문화나 여론수렴 등을 거쳐 의견을 조율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참여정부가 출범하면서 새롭게 맞이한 김윤수 관장을 중심으로 학예실 확대 등 미술관 직제 개편작업이 거의 마무리된 상황에서 튀어나온 책임운영기관 구상이 어떻게 짜여질지 미술계가 주시하고 있다. ywpar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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