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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재정위기와 미국의 '재정절벽' 위험이 일단 위급한 고비를 넘겼지만 여전히 위태위태한 선진국 리스크는 글로벌 경제계에 중대한 화두를 던지고 있다. 지난 수십년 동안 세계 경제를 이끌어온 서구 경제모델이 앞으로도 '지속가능한 성장'을 끌어낼 수 있겠냐는 것이다.
해마다 1월이면 전세계 정ㆍ재계와 금융계ㆍ학계의 거물급 인사들이 다양한 글로벌 이슈들에 대한 의견을 나누기 위해 모이는 스위스의 휴양지 다보스에서 올해는 선진국 경제모델에 대한 비판과 새로운 방향전환 모색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국제경제계에서 점차 입김이 거세지는 중국 등 신흥개도국 성장 전략에서 '탈 서구모델'이 중요한 요소로 부각될 것으로 전망된다.
23일부터 닷새 동안 열리는 제43차 세계경제포럼(WEFㆍ다보스포럼)의 참가자들은 '탄력적 역동성(resilient dynamism)'이라는 주제에 맞게 세계 경제가 금융위기 이후 줄곧 발목을 잡혔던 문제들에서 벗어나 강한 성장세를 회복하기 위한 방안을 집중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지속되는 경제 불안과 재정악화 속에서 지속되는 청년 실업, 선진국의 대규모 양적완화, 경기부양과 재정긴축 사이에서의 정책적 균형 모색, 알제리 국제 인질극으로 부각된 테러리즘 위협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안에 대해 각계 전문가들이 열띤 토론을 벌일 예정이다.
올해 행사에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 마리오 몬티 이탈리아 총리,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총리 등 50개국 정상을 비롯,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김용 세계은행(WB) 총재,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와 제임스 다이먼 JP모건체이스 회장, 브라이언 모이니핸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최고경영자(CEO) 등 글로벌 금융계 거물들이 대거 참석한다.
특히 이번 포럼에서는 경제를 역동적으로 회복시키기 위해 글로벌 위기를 초래한 선진국 경제모델의 구조적 전환의 필요성이 부각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경제가 다소 회복세로 돌아섰다고는 하지만 유럽의 재정위기와 미국 재정절벽 리스크는 여전히 가시지 않고 있고 최근에는 일본 정부도 대규모 돈 풀기를 예고하면서 잠재적 재정위기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20일(현지시간) 빚으로 경기부양에 나서는 서구 경제모델이 성장세를 회복시키지 못한 채 막대한 국가부채를 누적시키는 실패한 방식으로 인식되고 있다며 이번 포럼에서 신흥개도국들이 정부에 의존하는 서구 경제모델에 대한 선 긋기에 나설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다보스포럼에 대규모 대표단을 파견하는 중국은 서구 사회와 같은 복지와 연금, 공공지출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분명하게 던질 것이라고 텔레그라프는 강조했다.
신문에 따르면 높은 공공 및 가계부채를 통해 과도한 소비가 이뤄지는 서구의 경제모델은 경제활동의 50% 이상을 정부에 의존하는 시스템에 의해 지탱되고 있다며 이 같은 시스템의 지속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반면 신흥국가의 경제활동에서 정부가 차지하는 비중은 20~30%에 그친다.
이처럼 서구사회의 구조적인 변화가 요구되는 가운데 지난해 큰 타격을 입은 리더십의 회복 역시 이번 포럼의 중요한 논제로 꼽힌다. WEF 창립자인 클라우스 슈바프는 "글로벌리즘에 대한 피로감, 심지어는 역류가 나타나는 상황에서 세계 경제의 미래는 리더들에 대한 신뢰 회복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파이낸셜타임스(FT)는 매년 포럼에 앞서 실시되는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에델만의 신뢰도지표 조사에서 '리더십 위기'가 크게 부각됐다고 전했다. 26개국 3만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된 올해 조사에서 기업과 정부에 대한 신뢰는 50%와 41%에 달한 반면 재계와 정계 리더들에 대한 신뢰감을 나타낸 응답은 각각 18%와 13%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