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결정' 지연·거부 일쑤 "되는일 없다"

[면피공화국]위원회 천국 >>관련기사 위원회가 지나치게 많다. 또 이 제도가 투명성 확보라는 당초 취지보다는 책임회피용으로 전락하는 경향이 강해 오히려 국가발전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마저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위원회를 정비하고 또 이 제도의 당초 취지를 살리되 신속하고 과감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보완장치를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정부산하 위원회는 지난 1월 현재 325개에 이른다. 부처별로 수시로 위원회가 생기다 보니 지금 현재 정확히 몇 개인지 아는 공무원을 찾기조차 어려울 정도다. 은행 등 금융회사들도 경영관련 위원회 외에 감사위원회, 경영발전보상위원회, 리스크정책위원회, 이사회 운영위원회 등 평균 10여개 이상의 상설ㆍ비상설 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와 금융회사의 '판정'을 받기를 기다리는 기업과 개인들은 시쳇말로 피가 마른다. A기업은 얼마전 큰 낭패를 봤다. 거래은행 실무자의 긍정적 답변을 듣고 사업을 추진하다가 본부 여신심사위원회가 제동을 거는 바람에 큰 차질을 빚었다. 거래은행의 실무자가 현장조사를 마친뒤 "당장 유동성은 빡빡하지만 시장에서 경쟁력이 있고 중장기적인 영업전망도 밝은 편"이라는 요지의 보고서를 여신심사위원회에 제출했다. 위원회의 분위기도 긍정적으로 흘렀다. 그러다가 한 위원이 당장의 유동성 해결책이 미진하다는 이유로 반대하자 분위기는 급변했다. 위원회의 한 멤버는 "찬성 쪽 기류가 강하더라도 회의 도중 한 사람이라도 적극적으로 반대하면 결정을 내리기가 어렵게 되어있다"며 "그럴 경우 십중팔구는 부결되거나 회의가 연기된다"고 말했다. 위원회제도는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과정에서 절차의 투명성과 민주적인 의사결정을 위해 정부와 민간분야에 적극 도입됐다. 그 결과 독단적 의사결정과 비리를 막는 데 기여했지만 한편으로는 당초 도입취지와 달리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면서 의사결정 주체들의 책임을 회피하려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 특히 만장일치제와 회의록을 남기는 위원회제도의 특성상 책임있는 결정을 과감하게 내리기 어렵다. 특히 위원회 운영과정에서 장기적인 관점에서 반드시 추진해야 할 사안도 책임소재 때문에 위원들 상호 묵인하에 의사결정을 미루거나 거부하는 사태도 종종 발생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위원회 때문에 되는 일도 안되는 일도 없다"고 지적한다. 위원회의 긍정적 효과는 살리되 책임있는 결정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위원회에서 결정된 사안의 경우 '면책'을 확실하게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본부장제도 등 전결권을 아래로 위임하는 각종 제도도 유사한 문제점을 낳고 있다. 일례로 한 시중은행의 경우 은행 전체적으로는 여신한도가 남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본부별 한도조율이 이루어지지 않아 대출이 안되는 경우도 있었다. 온종훈기자 이진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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