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이 데이콤 인수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히자 최대주주인 삼성그룹이 28일 데이콤 지분을 추가로 매입하고 나서 귀추가 주목된다.또 그동안 데이콤 인수의사를 밝혀왔던 2대주주 동양그룹이 데이콤 지분을 매각하겠다는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혀 데이콤 경영권 장악을 둘러싸고 삼성과 LG의 한판승부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삼성그룹은 이날 대우중공업이 보유하고 있는 데이콤 지분 2.75%를 인수, 보유지분을 기존의 17.25%에서 20%로 높였다.
이와 관련, 삼성그룹은 데이콤에 통신설비를 공급하고 있는 만큼 발언권을 확보하기 위해 지분을 매입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구본무(具本茂) LG 회장이 지난 27일에 있은 청와대 정·재계 간담회에서 LG그룹의 데이콤 인수의사를 공식적으로 표명한 직후 삼성이 데이콤 지분을 추가로 확보함에 따라 삼성이 데이콤 지분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또 이날 데이콤 지분 매각의사를 표명한 동양그룹이 최근 삼성측에 지분 인수의사를 타진한 것으로 밝혀져 LG와 삼성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현재 데이콤의 공식 지분율은 삼성이 이날 매입분을 포함해 20%로 가장 많고 동양 16.68%, 현대 5.25%, LG 4.21% 등이다.
그러나 LG는 관계회사 등을 통한 우호지분을 30% 이상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삼성이 동양그룹 지분까지 인수할 경우 36.68%의 지분을 확보, LG그룹과 맞먹는 대주주로 부상한다.
이에 따라 데이콤 경영권 장악을 둘러싼 삼성과 LG의 한판승부가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재계는 다만 정부가 LG에 대해 반도체를 포기하는 대가로 데이콤 인수를 지원할 가능성이 삼성과 LG의 각축에 중요한 변수로 대두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한편 김대인(金大仁) 동양그룹 전무는 이날 『동양그룹이 데이콤 경영권을 행사하지 못한다면 지분을 가지고 있을 이유가 없다』며 『LG그룹이나 삼성그룹 등을 대상으로 데이콤 지분을 매각하거나 어느 한쪽과 공동 경영하는 데 대한 가능성을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동양그룹 고위관계자가 데이콤 지분 매각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金전무는 또 『데이콤 지분에 대한 구체적인 입장은 지금 미국에 있는 현재현(玄在賢) 회장이 돌아오면 정해질 것』이라며 『지분을 매각한다면 가급적 후한 값을 지불하는 그룹에 할 것』이라고 언급, 삼성과 LG 중 비싼 가격을 주는 측에 주식을 매각할 것임을 시사했다.
이와 관련, 동양그룹 구조조정본부 관계자는 『최근 데이콤 지분을 매각하거나 공동 경영할 목적으로 삼성그룹측과 접촉한 적이 있었다』며 『삼성측으로부터 데이콤 경영권 향방과 관련, 사태추이를 좀더 지켜보자는 답변을 들었다』고 말했다.
/김형기 기자 KKIM@ 류찬희 기자 CHANI@SED.CO.KR
